다르지만 같은 이야기

 

백기도연대 - 風 (2004/2008)

 

글쓴이 : 교고쿠 나츠히코

출판사 : 솔

 

 

백기도연대 雨에 이어서 나온 장미십자탐정단의 또 다른 이야기.

여전히 에노키즈는 기인의 행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주위의 인물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난감해하면서도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들이 바보로 취급되는 상황을 말하자면 더욱 더 악화되가고 있다.

 

가엾은 화자

이야기의 화자인 모토시마는 평범한, 아니 다소 운이 좋지않은 전기설계자이다.

운이 좋지않다는 것은 그가 전기배관 기술자로서 자격을 상실했으며 어쩔 수 없이 설계자로서만 일을 할 수 있는 것과 (그의 개인적인 생활부면) 그의 조카가 당한 사건으로인해 에노키즈 집단과 인연을 맺게되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위 일련의 사건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된 것이다. 전작에서 언급하는 이 사실들은 국내에 공개된 6편의 이야기가 모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면서 독자에게 이야기의 전달해야하는 그의 애처로운 의무에 대한 흐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번 작품 중 '운외경'사건 중에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곤란을 겪기도한다. (하지만 사건의 용의자로 취급당하기 이전 이미 범인이 체포되었기에 체포될 수 없는 용의자로 묘한 상황을 이끌기도 한다)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3인칭 화자로 곧잘 활용되는 캐릭터인 세키구치의 경우 모토시마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인물이지만 그의 문제는 자신의 내면적인 문제때문이지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다. 모토시마와 비교하자면 생각보다 자주적인 인물이다. 그래봤자 그놈이 그놈이지만.

 

간혹 상황에 끌려다니길 거부하는 용기를 내보기도 하지만 화자 주변에 포진한 인물들의 기이한 성향은 아예 관심 조차 두질 않으니 변하는 것은 없다.

이처럼 모순된 상황과 의도 가운데서 독자는 흥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복잡한 구조를 유머로 희석시키는 장치라고 보면 좋을 듯.

 

전작의 느낌으로

백기도연대 雨 를 볼때와 같은 느낌으로 접하면 될 것이다.

기본적인 틀은 같다. 다만 다른 소재를 통해 다른 이야기를 할 뿐이다.

전작에서 고급 레이블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야기들을 볼 수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대기업 총수와 싸우는 탐정단의 모습을 볼 수있다. 각기 다른 사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허탈한 웃음을 내게 만들기도 하고, 신선한 자극을 느낄 수 있기도 하는 것이지만, 결정적인 것은 바보 하나가 또 추가되었을 뿐이구나 라는 정도? (사건의 배열은 비교적 시간적 흐름을 따른 것처럼 보이나 작품을 雨와 風으로 구분지은 것은 분명 기준이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그 기준을 아직 잘 모르겠다. 검색을 해봐도 드러나는 정보가 없구먼)

전작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이제스트 교코쿠도'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졌다면 이번 이야기 역시 동일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더불어 출판의 질이 떨어지는 것 또한 전작과 마찬가지라는 점은 별로 환영하고 싶진 않군.

 

이 작가의 작품은 유독 작가의 다른 작품과의 연대적 특성이 돋보이는데, 작가가 이전 사건에 대해 자주 언급하기 때문이다. 사건과 사건의 시간적 갭이 짧아 캐릭터의 움직임에도 자주 영향을 미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출판사 '솔'에서 독자적으로 출판한 백기도연대는 100% 완전한 즐거움을 제공하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뭐 힘있나.

그냥 빨리 다른 작품이 출판되기를 기다릴 뿐이지.

 

★★★★

 

 

신고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 372 373 374 375 376 377 378 379 380 ··· 461 next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