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낭만적 밥벌이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낭만적 밥벌이
조한웅/ 마음산책/ P.232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윤성근/ 이매진/ P.302



  여기 두 권의 에세이가 있다. 글쓴이들은 자영업을 하고 있는, 혹은 했던[각주:1] 사장님이며 에세이 역시 그들의 생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카페 사장님으로, 헌책방 사장님으로 그들이 창업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글인 것이다. 그래서 서로 닮은 듯 하지만 다를 수 밖에 없는 두 권의 책을 통해서 '타인의 감성' 이라는 것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각주:2]


  글쓴이들은 모두 젊은 나이에 창업을 시도했다. 게다가 잘나가던 이전 직장, 카피라이터와 IT 개발자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전혀 경험이 없는 생소한 일에 도전하였다.[각주:3] 한 사람은 카페, 또 한 사람은 헌책방으로 말이다. 그들이 높은 연봉과 승진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법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떠한 동기로든 간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를 얻게 되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창업을 시도한 동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냥 하고 싶어서 라는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가까이한 습관으로, 누군가는 단순히 충동적인 것으로 차이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하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비웃을지 모를 가장 순수한 열망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이처럼 비슷한 연배의 젊은이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도전을 한 점에서 서로 유사함을 드러내지만 사실 글을 접하면 두 권의 책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우선 단순하게 두 글의 목표하는 바를 보자면 '낭만적 밥벌이'는 창업의 과정에 치중하고 있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과정은 최소화하고 운영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좀 더 파고 들어가면 '낭만적 밥벌이'는 과정에 얽힌 에피소드와 노하우, 당시의 감성적 특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통해서 책에 대한 애착과 문화를 공유한 감성적 이해를[각주:4]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몇 권의 책에 대한 리뷰까지. 이렇듯 서로 목표하는 바가 상이해서 조건의 유사함을 알고 접해도 전혀 다른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표현 방식까지 차별화를 두고 있으니 그 차이는 눈에 띄고도 남는다. '낭만적 밥벌이'는 일상언어를 사용하면서 좀 더 간결한 형태의 문장을 취하며(이 역시 일상언어의 영향으로 봐도 좋다), 반면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상대적으로 문학적 형태를 띄고 있으나 감성적 글쓰기를 지향한 특성이 강하다.(에세이니 당연한 얘기다. 다만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글쓴이와 어렸을 때부터 책과 함께 살아온 글쓴이의 차이는 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게다가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글쓴이가(낭만적 밥벌이 글쓴이) 인디라이터 강의를 수강하고 글쓰기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신기하기도 하다. 직업적인 영향 때문인가? 카피라이터였고 지금도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는 그가 얼마나 많이 글쓰기를 해왔는지는 짐작이 가능하니까.) 분명 두 권의 책은 유사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 전혀 다른 감성과 방법으로 글쓰기를 이뤄냈다. 그리고 독자 입장으로선 두 권의 책 모두 재미있다. 아, 좀 더 쉽게 읽힌 책이라면 '낭만적 밥벌이'가 유리하다. 그리고 좀 더 실용적이다. 예비 창업자에 대한 충고까지 겸하고 있으니. 하지만 좀 더 읽히는 맛? 을 고려한다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좋을 듯하다. 글쓴이의 감성이 풍성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그가 자신만의 공간을 통해서 이웃들과 문화적 공유를 해 온 행적을 본다면 깊은 의미 부여도 가능하다. 책파는 것보다 자기가 책 읽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헌책방 사장님이라니 재미있지 않는가? 아,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조금 편애하는 것도 같다만 할 수 없다.


  언급한 두 책 모두 쉽게 읽히고 재미있는 책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타인의 경험과 감성을 즐겁게 읽어내려가면 족하다. 그렇게 읽어내려가다보면 여러모로 얻어지고 느껴지는 것이 있을터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낭만적 밥벌이'는 창업에 대한 실용서라고 보아도 무방하니까. 하지만 이 글들이 논픽션이며 이로인한 감동 또한 거짓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젊은 나이에 원하는 일에 도전하고 그로인해 힘든 경험을 했다지만 자신을 돌아 볼 용기를 발휘했다는 것과 추진력있는 행동을 통해서 누구나 공감할만한 정서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난 글쓴이들과 비슷한 연배로 자괴감이 들어 고개를 못들겠다. 그래서 우연한 기회였지만 인연에 감사한다. 더불어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분들은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이 적임자가 아닐까 싶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기 보단 젊은 혈기에 공감하는 것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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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 8점
윤성근 지음/이매진

낭만적 밥벌이 - 8점
조한웅 지음/마음산책

  1. 낭만적 밥벌이는 명로진의 '내 책 쓰는 글쓰기'를 통해서 알게되었는데 역시 같은 책에서 까페가 근래에 폐업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본문으로]
  2. 에세이를 읽게 된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다. 전혀는 아니지만 관심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위에서 표현한 것과 같은 '타인의 감성'에 관심이 없었던 것일까. 스스로 느낀 바에만 집중했던 것인가보다. [본문으로]
  3. 카피라이터인 조한웅은 카페를 창업할 시점에 이미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그가 일을 그만 둘 당시의 감성을 고려한다면 창업과의 연결점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본문으로]
  4. 글쓴이는 자신의 헌책방 공간을 통해서 여러 문화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수익성은 없지만 자신이 좋아서 진행하는 그런 행사이다. 그리고 인근 대안학교인 은평씨앗학교에서 예전부터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그렇게 이웃들과 문화공유를 실천해오고 있으며 아이들은 이 곳을 아지트처럼 친근하게 드나들고 있다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