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신성한 관계 - 권력에 대한 불신


신성한 관계 Sacred (2009, 1997)


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 조영학/ P.440













켄지는 재력가 트레버로부터 딸 데지레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었다. 그는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로 죽기전에 꼭 딸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딸을 찾기위해서 켄지의 스승인 제이에게 의뢰를 했었으나 그 역시 실종되었다고 한다. 결국 켄지는 제이의 뒤를 쫓아 수사를 진행하게 되고 제이가 밝혀낸 사실들을 차츰 알아내게 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고 어두운 진실이 거대한 권력에 가려져 있음을 알게되는데......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 3번째 작품이다. 지금까지 출판된 5편의 작품들 중 4번째 작품을 제외한 4편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고 기존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형태의 사회 악에 맞써 싸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1편에서 조직폭력, 2편은 연쇄살인마, 5편은 인간의 심리를 활용하는 지능형범죄를 상대한 것에 이어 3편은 거대 권력이 등장하고 있다.


근대를 거쳐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권력에 대한 불신이다. 감히 쳐다보지 못할 존재였던 지배세력에 대한 불신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불신이 드러나게된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실제로 지배세력이 권력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언론과 네트워크의 활성화는 시민들의 의식을 바꿔놓았고 권력이 낳은 부조리함에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더 많은 요소가 복잡한 관계를 이루는 이야기가 있겠지만 단순화시킨다면 이런 정도일 듯하다. 그러한 권력이 이 작품에서는 제법 다양한 모습을 통해 보여지고 있다. 이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권력의 형태인 재력도 등장하고, 공권력도 언급하며, 심지어 이성적 매력조차 타인에게 저항할 수 없는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미로써 권력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러한 권력들로인해 부조리함과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가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악을 정의해왔는데, 사회를 구성함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가치를 지닌 권력 조차 악의 형태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다시금 생각을 자극하는 소재가 되고 있다. 물론 권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단 그것을 사용하는 주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주체인 사람으로 인해 권력이 부패하게 된 것인지 권력의 힘이 사람을 부패하게 만든 것인지 의문이다. 뭐, 권력의 영향으로 이념의 본질이 흐려진 사례는 역사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재력가 모녀 또한 서로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이기에 일개시민으로 심사숙고하게 된다.


켄지와 제나로는 일개 탐정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악에 분노할 줄 알고 그런 악에 대항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동질감과 동시에 영웅의 모습을 엿볼 수도 있을 듯하다. 영웅이라는 것이 별 것 있는가? 하고싶지만 주저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이 영웅인 것이지. 그렇다고 심부름센터가 영웅이라는 것은 아니고. 요즘은 영웅인 줄 알고 권력을 쥐어줬다가 후회하는 일이 참 많다. 쯧쯧.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활용 되었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
+ 작품의 제목은 켄지와 제나로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재력가 모녀간의 관계에도 상대적 적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성한 관계 - 8점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