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를 바라는 기도 - 변화된 폭력의 양상


비를 바라는 기도 Prayers for Rain (2006, 1999)


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조영학/P.518









켄지는 카렌이라는 아가씨의 의뢰를 받아 스토커를 퇴치해준다. 그리고 몇 주의 시간이 흘러 카렌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게된다. 도무지 자살할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던 켄지는 얼마 전 전화응답기에 녹음되어 있던 카렌의 목소리를 기억해냈다. 카렌은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런 카렌에게 죄책감을 느낀 켄지는 카렌의 죽음을 조사하게되고 그 배후에 드러나지 않은 범죄를 발견하게 되는데......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작품이다. 알려진 바로는 완결 작품이 될 6번째 작품이 집필되고 있다니 켄지와 제나로의 활약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얼마 안남았다. 앞서 데니스 루헤인의 전작들을 소개하면서 꼭 순서대로 읽으라고 언급했던 것은 내 스스로가 세번째, 네번째 작품을 건너뛰고 다섯번째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기 때문이다. 어찌하랴, 도서관에 비치되어있는 상황이 이러했던 것을. 영세 독서가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켄지와 제나로는 이 작품을 통해서 또 다른 강력한 적을 만나게 되었다. 기존에 상대했던 여러 범죄인들과 다른 점은 직접적으로 폭력을 구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켄지의 의뢰인을 자살하게만든 사건을 통해서 그런 특성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후에 발생되는 사건들 역시 동일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마지막에 마련된 반전은 정신적, 심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범인의 성향과도 제법 잘 어울리는 마무리였다고 보여진다.


피 튀기는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악랄하고 지독한 정신적, 심리적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그리고 그러한 성향이 단지 범인에 의해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닌 일반적인 관계에 있어서도 드러나는 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특히 가족 내에서 행해지는 그것은 희석되지 않고 또 다른 폭력의 형태를 낳고 있었다.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에서조차 폭력과 범죄의 잔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은 희망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메마른 땅에 비가 내리길 기원하는 것처럼 삭막해진 사회 속에서 인간애의 회복과 정의의 구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것인가. 작품 속 반전으로 인한 상황은 기대하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켄지의 마지막 말은 올바름의 구현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주목하게되는 점 중 하나는 켄지와 제나로의 관계이다. 매 작품마다 변화하는 그 관계를 지켜보면서 그들이 파트너 이상의 좋은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독자들의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인데 시리즈의 완결작이 될 다음 작품에서 그들의 결말이 어떻게 이뤄지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내년 쯤엔 알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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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을 기록한다는 것이 감상을 마친 직후에 이뤄져야 정확한 표현이 가능하거늘, 열흘이나 지난 후에 쓸려니 좋지않은 머리의 한계를 느끼는구나. 푸훗.



비를 바라는 기도 - 8점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