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얼음꽃 - 꼼꼼하게 즐기자


얼음꽃 (2008, 2007)


아마노 세츠코
북홀릭/ 고주영/ P.532



어디서 들었던가? '얼음꽃' 이란 제목이 낯익다. 누군가의 리뷰를 통해서 봤을 수도 있고, 언젠가 흘려들은 이름이었을 수도 있겠다. 제목을 보아선 내용을 쉽게 짐작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추리소설임을 미리 알고 선택할 순 있었다. 정말 어디서 줏어들은 거지? 사소한 것이지만 생각나지 않으니 답답하다.



세노 쿄코는 남편이 출장간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남편의 애인이라 밝힌 여자는 남편의 아이를 가졌다며 조만간 부인과 이혼하고 자신과 가정을 꾸릴 것이라 통보했다. 불임문제를 안고 있던 그녀에게 남편의 불륜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였던만큼 쿄코는 전화를 걸어온 마유미라는 여자를 농약으로 살해하기에 이르른다. 그리고 뉴스에 언급된 살인사건에 대한 사실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게 되는데......


처음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되었을 때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으로, 작가는 60세의 나이에 데뷔한 신예작가인 것이다. 게다가 그는 여류작가이다. 60세가 되기전 무언가를 써내겠다는 다짐을 갖고 있던 그녀가 수 년간의 준비 끝에 내놓은 작품이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로 오랜 시간을 보냈을법한 그녀가 노년에 이르러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목표하던 바를 이뤄냈단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놀랍고 칭송할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더불어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이들을 격려해주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이뤄낸 결과는 추리소설이었다. 과거 작가와 추리소설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작가의 선택은 장르소설 가운데서도 추리소설이라는 특수 장르였다. 추리소설이 대중화되어있는 일본의 상황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지만 첫 데뷔작으로 흥행적인 면으로 좋은 성과를 얻어내었고 심지어 2008년도에는 드라마로 제작되어지는 결과까지 낳았다. 동일한 제목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몇 가지 설정, 예를 들어 원작에서 배경이 되는 일반기업을 대형병원으로 변경 시킨 등의 변화를 거쳤지만 원작의 중요 특성을 살려 제작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는 아직 접할 기회가 없었다) 어쨌든 원작의 작품성을 인정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작품을 읽어나간 과정은 기존의 다른 작품들과 차별성을 이루는데 그 점은 추리소설에서 흔히 집중하는 트릭이나 범인 같은 요소에 있지 않았다. 사실 추리소설에 익숙한 독자가 작품을 읽어보면 비교적 초반부에 사건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살인사건의 범인과 트릭이 그대로 오픈되어 있고, 사건이면의 또 다른 진실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즉, 이 작품의 포인트는 기존 추리소설이 주목하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꽤나 재미있다. 기존 작품들이 감춰지고 몰랐던 사실을 드러냄으로 극적 효과를 낳은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이미 드러나있지만 상황의 극적 전환을 꾀함으로 비슷한 효과를 낳고 있다. 또한 여류작가라는 특성을 자랑하듯 여성적 심리를 적절히 활용하고 디테일하게 묘사함으로 차별화를 꾀하기도 한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서브플롯의 역할로만 진행되던 이야기가 폭발하듯 터져나옴으로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있었다.(작품 속에서 표면화된 비중으로 생각했을 때 서브플롯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던 이야기는 사실 독자의 머리속에는 메인플롯으로 작용했을 터이지만.) 디테일을 전부 집어내긴 무리여도 한 사건의 대략적인 개요는 작품 초반부터 읽어내고 있던 상황에서 세부적인 요소를 다시 지적하면서 진행하는 것은 복습의 효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감정적 상황의 전환을 통해서 지루하지 않게 만들고 있었다.


언급한 것처럼 뻔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그런 점을 잊게만들 여러 요소들의 혼합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나이를 통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단순 편견에 불과한 것이다. 쫓기듯 이야기의 흐름만을 체크하며 읽어나가기보단 꼼꼼하게 문장을 확인해나가길 권하는 바이다.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독자의 그런 준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작가 스스로 데뷔작의 성공을 통해 차기작의 자극을 받고 있겠지만 독자의 기대는 그것보다 더 조급하니 작가에대해 좀 더 분발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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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 - 8점
아마노 세츠코 지음, 고주영 옮김/북홀릭(bookho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