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니메 - 인문학으로 읽는 재패니메이션


아니메 - 인문학으로 읽는 재패니메이션 Anime from Akira to Princess Mononoke (2005, 2001)


수잔 J.네피어
루비박스/ 김진용, 임경희/ P.483



아니메?
애니메이션의 줄임말로 일본 내에서 활용되고 있는 단어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를 일본식으로 변화, 발음한 것으로 '재패니메이션' 이라는 단어와 함께 일본에서 제작되어지는 애니메이션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신조어이지만 이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의 60%가 일본 애니메이션이며 수 십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쳐온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제작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프랑스에서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했던 'UFO 로보 그랜다이저' 의 CG로 이뤄진 동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만큼 '아니메', '재패니메이션' 이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업적은 문화의 한 단면으로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실제로 본 저서를 통해서도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이 책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메가 저연령층의 소유물이라는 편견을 부정한 것을 전제로 인문학적으로 분석할만한 가치와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인류 문화의 흐름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제1부 - 서문
Chapter 1 - 왜 아니메인가?
Chapter 2 - 아니메와 로컬 : 글로벌 정체성

제2부 신체, 변신, 정체성
Chapter 3 - '아키라' & '란마 1/2' : 기괴한 청춘
Chapter 4 - 육체의 지배 : 포르노그래피 아니메에 나타난 신체
Chapter 5 - 영혼과 기계 : 테크놀로지화한 신체
Chapter 6 - 돌 파츠 : '공각기동대'의 테크놀로지와 신체

제3부 마법소녀와 판타지 세계
Chapter 7 - 현실을 벗어난 존재의 매력 :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의 '소녀'
Chapter 8 - 로맨틱 코미디의 카니발성과 보수성

제4부 거대 서사 다시 쓰기 : 역사와 마주선 아니메
Chapter 9 - 아무 말도 없었다 : '맨발의 겐', '반딧불의 묘', 그리고 '희생자의 역사'
Chapter 10 - '모노노케 히메' : 판타지, 여성, 그리고 '진보'의 신화
Chapter 11 -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며 : 종말론적 정체성
Chapter 12 - 애가

결론 - 조각난 거울
coda 1 다섯 번째 시점 : 서구 관객과 일본 애니메이션
coda 2 카니발과 봉인의 미학 :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글쓴이인 수잔 J. 네이어의 이력을 보면 일본 문화와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적 권위자라고 묘사한다. 물론 이에대해 절대적 가치를 부여할 생각은 없다. 글쓴이가 접한 작품의 선택은 어느정도 주관적인 것이었을테고, 인문학적 접근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테니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모든 작품을 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자신의 해석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례로 든 작품들은 제한적이며 중복적이다. 그중에서도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 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 는 더욱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다. 글쓴이가 특성화시킨 분류의 중요한 증거로 활용되는터라 자주 언급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를 통해 편향적인 해석이라고 오해할 가능성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통계학적 접근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어차피 특정된 해석을 펼치는데 있어서 그에 걸맞는 작품을 선별했으며, 제한된 공간 내에서 제한된 표현을 취할 수 밖에 없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글쓴이는 아니메의 주요 특성을 세가지로 분류, 해석을 시도하고 있었다. 종말론적인 특성, 페스티벌 적인 특성, 애수적인 특성, 이렇게 세가지로 분류하고 그에 걸맞는 작품을 소개하며 구체적인 인문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해석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알기 쉽게 표현되고 있어서 더욱 설득력이 있어보였다. 2001년에 출판되었고, 90년대 아니메를 대상으로 해석을 시도한 글이지만 실제적으로 21세기의 작품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법한 사례도 일부 발견할 수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구체화되고 다양화된 장르적, 인문학적 특성이 반영된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 이상 세가지 특성만으론 포용하기 어려울 상황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물론 앞서 언급한 특성들이 상위특성으로 세분화된 특성을 포괄할만한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어쨌든 사례로 들고 있는 작품들의 인문학적 접근과 해석은 꽤나 흥미롭다. 이미 생각할 수 있었던 부분들도 있지만 감탄사를 내뱉으며 동의할만한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는 동의까지는 아니어도 글쓴이의 프로필과 출판화된 현실에 압도되어 그냥 받아들이는 사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래도 독자의 사고를 자극하는 사실들로 채워져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게 사고의 방향성과 방식을 이해하게 된다면 다른 작품으로의 적용도 가능하니 새로운 배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아니메를 즐길 독자라면 새로운 관점과 감상법을 통해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으니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인식의 폭을 넓힌다는 동기로 아니메에 익숙하든 그렇지 않든간에 흥미로운 인연이 이뤄질 수 있다.


물론 아니메를 접함에 있어서 무조건 특정 관점을 강요하거나 이를 통해서 해석을 토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른 관점의 이해와 이를 통한 접근은 더 나은 즐거움을 낳기도 하는 것이기에 아니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더욱 추천해줄 수 있을법한 책이다. 과거 포르노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던 '우르츠키 동자' 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이 책은 그러한 관점 조차 가능하게 만드니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말 나온김에 고등학생 때 봤던 '우르츠키 동자' 를 다시 봐볼까나. 물론 인문학적 이해를 위한 것이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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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메 - 8점
수잔 J. 네피어 지음, 임경희.김진용 옮김/루비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