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법소년 - 성장과 역사


권법소년 拳兒 (20+1권 완결)


마츠다 류치/후지와라 요시히데
서울문화사



어렸을 때 '권법소년' 이라는 제목의 만화가 있었다. 제목만으로도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했으며 실제로도 무척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남아있다. 우습게도 이런 기억의 근원으로 남아있는 작품은 두 작품인데, 국내에 소개되면서 두 작품 모두 '권법소년' 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두 작품 모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작품들이다.


그 중 한 작품은80년대 중반 '권법소년' 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일격전' 이라는 작품이다. 당시 '다이나믹 프로' 라는 출판사는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 라는 레이블로 일본의 여러 만화들을 소개하였는데, 일본 문화가 정식으로 수입되지 못한 상황에서 불법으로 복사하여 출판한 작품들이었다. 이 작품 역시 '오시마 야스이치' 라는 원작자 이름 대신 '전성기' 라는 유령작가 이름을 걸고 출판되었었다. 이런 불법출판물이 버젓이 서점가를 장식하고 있었으니 당시의 출판시장이 어떠했는지 능히 짐작가고도 남는다. 물론 이후 일격전과 일격권(일격전의 속편으로 돌아온 권법소년으로 알려진 작품)이라는 원제를 달고 다시 출판되었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또 다른 '권법소년' 은 '권아拳兒' 라는 원제를 지닌 작품으로 90년대 초 주간만화잡지인 '아이큐 점프' 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레어아이템이 되어버린 '일격전' 과는 다르게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아이큐 점프' 연재를 통해 작품을 접할 수 있었으며 지금까지도 종종 생각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 작명 센스에 희생당한 두 작품.



작품은 총 20권으로 완결되었으며 1권의 외전이 추가되어 있다. 내용은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권법을 배운 한 소년의 성장과정을 다루고 있다. 권법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통해서 소년이 겪게되는 사회적, 문화적 특성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드라마틱한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 역시 유사한 소재, 특성을 띈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라이벌 구도, 리드미컬한 흐름, 새로운 컨텐츠의 등장 등과 같은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특성들의 비중은 생각보다 적고 단순화되어 있다. 대신 주인공 소년의 성장과 역사적 사실에 초점을 맞춰 남다른 흥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실존했던 여러 권사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호기심과 현실감이 잘 버무려져 더욱 관심을 끌어내고 있었다. 외전격으로 추가된 1권은 팔극권의 인지도를 끌어올린 전설로 알려져있는 이서문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룬 것으로 그러한 특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는 여러 권법들이 등장하지만 이가운데 가장 특별함을 드러내는 것은 팔극권으로 함께 언급되는 심의육합권이나 심의파는 동류로 일컬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고 켄지가 가장 비중있게 수련하는 권법으로 사실 상 이 작품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권법이며, 작품 중반이후 고 켄지의 중국 내에서의 이야기는 팔극권의 근대사를 다루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팔극권이라는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일본과 국내에 그 이름을 떨칠 수 있었으며,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버추어 파이터' 라는 대전액션게임을 통해서 그 이름을 익힐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주인공 격인 '아키라 유키' 라는 캐릭터가 사용하는 권법이 팔극권이기 때문이다.[각주:1] 실제로 이 작품의 작가인 마츠다 류치는 '버추어 파이터' 캐릭터 작업에 관여하기도 했다고 한다.[각주:2] 어쨌든 이 작품을 통해서 팔극권이라는 권법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쏟아지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이 작품을 논할 때 팔극권을 빼놓고선 이야기가 될 수 없을 정도이다. 뿐만아니라 팔극권을 전승해온 사람들과 그 역사에 대해서도 제법 자세하게 조명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꾸며진 드라마가 아니어도 충분히 드라마틱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 제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런 역사적 사실은 중국 근대사의 보충효과를 통해 더욱 탄탄한 입지를 지니게되어 독자들에 대한 영향력은 배가 되었다.


다른 매체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다룬 팩션이 자주 등장하지만 교육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닌 상업적인 목표를 지닌 만화가 역사적 사실을 적절히 활용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게다가 이 작품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구조보다 역사적 사실의 차용이 더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물론 권법이라는 특성이 제한적으로 작용하지만 이 작품이 보여준 특성과 흥미는 분명 남다른 것이라 보여질 수 있다. 주간지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단행본으로 시장에 등장한 것도 10년 정도가 된 작품이 아직까지도 시장 내에 존재하고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지않나 생각된다. 그런 기억의 잔재를 무시할 수 없어 다시 들여다본 느낌은 만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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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법소년 1 - 8점
요시히데 후지와라 지음, 조은경 옮김/서울문화사(만화)



  1. 하지만 게임 속의 팔극권과 실제 팔극권과는 꽤 차이가 있다고 한다. 공통점이 드물기도 할 뿐만 아니라 게임 설정에서도 '유우키류 팔극권' 이라는 설정으로 실제 팔극권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본문으로]
  2. 이후 팔극권은 여러 대전액션게임에도 등장하고 여러 매체를 통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매체를 통해서 드러나는 이미지는 공통적으로 강력한 권법이라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