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 폭력에 중독되고 오염된 세상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Darkness, Take my hand (2009, 1996)


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조영학/P.530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 중 두번째 이야기이다.
전편에서의 사건이 아직 잊혀지지 않을 만큼 시간이 흘렀고 켄지와 제나로는 각자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사건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잊혀진 것들이 돌아오게 된다.



연쇄살인 일어난다. 경찰과 FBI까지 동원되어 수사를 진행하지만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켄지와 제나로 역시 수사에 협조하던 중, 연쇄살인범의 배후로 의심되는 알렉 하디만이 켄지와의 면회를 요청한 것에 응하게 된다. 그리고 수십 년동안 묵혀온 거대한 악의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와 현재의 연결점을 지닌 사건들을 통해서 세계관의 완성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전작에서도 켄지의 과거는 일부분 들춰지기도 했으나 이 작품을 통해서 켄지 자신은 까맣게 잊고 지내던 과거를 들춰내면서 공간적, 시간적 설정의 완성도를 거의 이뤄내었다. 앞으로 남은 것은 이렇게 다져진 기반 위에서 활약을 기대하는 것 뿐일정도로 말이다.


그러다보니 이 작품이 보여주는 서사의 구조는 전작이 보여줬던 것에 비해 시간축을 기점으로 더 복잡다단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과 과거의 사건들이 연계성을 이루면서 미스터리한 구조는 더 심층화된 것이다. 게다가 사회적 이슈로 버무려진 양념은 읽는 맛을 더 돋우고 있다. 다른 어떤 수식어가 더 필요하랴. 그냥 재미있다라는 말로 일축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사이코패스' 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몇 몇 사건들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이전에도 사이코패스는 존재하고 있었고, 해외로 눈을 돌리면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작품은 이런 사이코패스에 조명을 맞추고 있으나 단순히 한 개인의 악행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그것보단 좀 더 넓은 범위를 아우르고 있으며 공간적 특성 또한 적용시키고 있다. 그 시점이 누구이며 언제인지는 상관없이 폭력의 중독성과 오염성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고 있었다. 폭력으로 가득찬 이 도시가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폭력에 중독되고 오염된 현실은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역시 폭력으로 오염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원치않더라도 분노할 수 밖에 없는 현실로 이뤄진 공간. 작품 속 현실이지만  밀도있는 폭력으로 채워진 공간과 그 공간이 쌓아온 역사로 완성된 세계관은 참담한 감정을 자아낸다.


폭력으로 오염된 공간 속에서 오염된 정신을 유지하며 살아가지만 희망을 제시하기를 잊지 않고 있다. 켄지와 제나로가 살아갈 수 있는 것도 그런 희망 때문이리라. 악에 둘러쌓여 살아가지만 선을 향하고자 하는 마음. 다음 작품에서도 그들의 그런 마음이 자신과 누군가를 위해 실체화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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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더 언급하지만 켄지&제나로 시리즈는 발표된 순서로 읽어야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작품은 모두 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되었으니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전쟁 전 한 잔 -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 신성한 관계 - 가라, 아이야 가라 - 비를 바라는 기도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 8점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