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 시점의 장단점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2010, 1995)


미야베 미유키
황매/ 김해용/ P.424



작년부터 지금까지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훝고 있지만 20년 넘게 얼마나 많은 작품들을 써왔는지 왠만큼 읽었다 싶으면 새로운 책이 나와있곤 한다. 영세독서가로 대부분의 책을 도서관에 의존하는터라 도서관에 비치되지 못한 책은 아무래도 읽을 기회가 적기도 하지만 이 작품처럼 국내에 소개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경우 그 동안 아예 접할 기회가 없는 경우도 있으니 미야베 미유키 저서 전권을 독파하는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사실 국내에 소개된 그녀의 저서들은 대부분 21세기에 들어와서 소개될 수 있었고 국내에서 큰 반향을 얻자 유명작품들을 우선 소개된 현실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그리고 수상경력을 지닌 작품과 최신 작품들은 대부분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렇다면 뒤늦게 소개된 이 작품은 먼저 소개된 작품들에 비해 주목할만한 가치가 적은 것일까?


매년 9월 말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시라카와 정원에서는 벌레 우는 소리를 듣는 모임이 개최된다. 토요일 밤, 평소 같은 반 여자아이인 구도 씨를 연모하고 있던 오가타는 그녀가 그 모임에 간다는 말에 무작정 집을 나선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등롱이 환하게 밝혀진, 사람들이 북적되던 시라카와 정원에서 한 젊은 여자가 시체로 발견된 것.

구도 씨와 너무나 닮은 모습에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이게 된 오가타. 살해당한 젊은 여자는 구도 씨의 사촌 언니인 스무 살의 모리타 아키코로 밝혀졌다. 어린 여자라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그녀가 매춘부였다는 것.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을 만한 충격적인 사실에 사건은 점점 커지는데… (알라딘 발췌)


스무 살의 젊은 여성이 살해된 사건, 그리고 그로부터 드러나는 사실은 작가가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사실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가정 내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어느 젊은 여성과 유흥가 및 폭력조직의 상황이 결합되어 여파를 남기게 된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러한 특성을 드러내는 과정은 여타의 작품들과 사뭇 다르다. 중학생인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현실적 상황을 안고 있다. 주인공인 오가타는 호기심 많지만 평범한 중학생일 뿐이다. '명탐정 코난' 처럼 천재 초등학생의 시점을 따라가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그런 류의 작품이 아니다.(코난 역시 초등학생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모리 코고로라는 성인을 이용하긴 하지만) 그렇다보니 직접적으로 사건에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진행되는 수사를 겉도는 관찰자의 입장이 주로 드러나는 편이다. 물론 호기심 왕성하고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관련된 사건을 무시하지 못하는 중학생 남자아이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결정적인 단서를 주는 독자적인 수사활동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탐정의 수사활동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고 다소 유치할 수 있는 소년탐정단과 같은 입장을 피하고 있다. 독특함을 느낄 수 있게하는 이러한 특성 외에도 어리고 평범한 소년의 특성을 드러내는 대사와 사고방식을 표현하는 방식은 어른 흉내를 내는 소년을 기대하는 독자의 마음을 신선하게 깨뜨리는 것이기도 하다.(물론 오가타의 친구인 시마자키는 앞서 언급한 어른 흉내내는 소년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만 평범한 중학생인 오가타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선 시점 밖의 인물이기에 작품 자체의 성향을 결정짓는데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분명 중학생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살인사건의 면모는 기존의 다른 작품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꽤나 신선하다. 게다가 작가는 자신의 다른 작품에서 미성년자를 주인공으로 종종 기용하면서 성인들과 다른 시점을 표현하는데 능숙한 모습을 보여왔다.(작품의 발표시점을 본다면 이후의 작품들이 될 수도 있지만) 하지만 그로인해서 사건 자체를 표현하는 면에서는 한계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이 작품에서 수사의 중추에 있는 경찰관이 중학생에게 수사 진행상황을 보고한다는 점은 눈에 띄게 현실적 이질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물론 그런 형식을 취한 것에 필요한 타당성을 갖추려고 한다지만 앞서 어린 소년이기에 수사의 중심으로 다가서기 어렵다는 현실적 감각을 적용한 것에 비해 모순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의 설정이기에 아쉬운 감이 든다. 게다가 관찰자의 시점을 유지하기 위해 '명탐정 코난' 의 역할을 수행하는(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시마자키를 주인공 시점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만들어버림으로 작위적인 설정을 인식하게 만드는 점도 어색하다.(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실마리만 보여줌으로 긴장감을 유도한 긍정적인 효과도 있긴하다) 저연령층의 주인공과 1인칭 시점은 그만의 장점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드러나는 한계점도 분명히 있다. 특히 1인칭 시점은 다른 작가의 작품들에서도 한계를 드러내는 특징들을 보여왔기에 작가 역시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왔음을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작품의 홍보카피를 보자면 '명콤비가 돌아왔다' 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사실 이 작품은 주인공 오가타와 시마자키가 등장하는 두번째 작품이다. 전작인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 에 이어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리즈 물이다. 개인적으론 전작을 모른 채 건너뛰고 두번 째 작품부터 접한 셈이다. 작품 설정 상 전작과의 시간적 갭이 있는데 그 기간이 길지 않은터라 이 작품에서도 전작의 흔적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고로 작품 자체를 즐기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순차적으로 작품을 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들도 그러하지만 결과보단 과정을 즐기는 것이 좀 더 즐겁게 독서를 할 수 있는 방법이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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