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하얀토끼가 도망친다 - 중단편의 즐거움

하얀토끼가 도망친다 (2008, 2003)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작/김선영/P.383



아라스가와 아리스의 작가 시리즈 중단편집이다. 총 4편의 중단편을 싣고 있는 이 책은 예전 읽었던 작가 시리즈의 다른 단편집인 '절규성 살인사건' 과 부득이하게 비교된다. 뭐, 특별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장편이 아니라는 점, 두 작품집 모두 작가시리즈라는 점 등으로 유사관계를 억지로 이은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비교 결과, '하얀토끼가 도망친다' 의 손을 올려줬다. 간발의 차이를 보인 판정승 정도가 아니라 그냥 압승이다. '절규성 살인사건' 에 대한 실망감이 상대적으로 작용한 탓일까? 어찌되었건 만족도는 기대를 추월했다.


다만, 사용된 트릭 가운데 일부는 공감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어서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하얀토끼가 도망친다' 는 철도 미스터리라는 세부 장르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철도라는 특정 소재가 지역적인 특색과 익숙치않은 정보를 담고있기에 좀 낯설게 느껴진다. 물론 이런 특성은 이 작품에 대한 비난의 근거가 되진 않는다. 이런 형태의 미스터리에 익숙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장점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기에, 이에대한 만족도는 개인의 몫이다. 이 리뷰는 개인적인 것이니 이 정도는 용인될 수 있겠지?


앞서 '절규성 살인사건' 과 개인적인 느낌으로 비교를 했는데, 사실 그 작품은 작가의 의도아래 제한된 설정으로 각 작품을 구성한터라 이야기는 단순해지고 다양성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로인해 표현된 주관적 실망감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제약없이 자유롭게 이뤄진 구성을 즐길 수 있었기에 더 만족했던 것 같다. 매번 다른 스타일의 이야기를 즐기는 것이 마치 다른 맛을 가진 다양한 요리를 질리지않게 즐기는 것 같다고 할까. 꽤 맛있었다.


- 부재의 증명
이야기의 초점이 어느 순간 뒤바뀌는 것을 반전이라고 하던가? 하지만 우리가 늘상 기대하는 반전을 생각하진 말자. 뒷통수를 치는 느낌은 아니지만 작가가 독자를 갖고 놀았다는 사실에 뒷목을 잡을지도 모르겠다.



- 지하실의 처형
작품 내 사용된 설정은 다른 에피소드와의 연계 혹은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기대감이 이야기에 대한 몰입을 도와준다. 더불어 작가의 기존 이야기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도 독특하다.



- 비 할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
이곳에서 사용된 트릭 역시 특별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이기에 논리적 리듬의 공유는 어렵다. 하지만 다단계를 이룬 사건의 구성은 눈여겨 볼만하다.



- 하얀토끼가 도망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철도 미스터리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미스터리의 몰입감은 좀 떨어지지만 독특한 아이디어와 사건의 개요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어정쩡할 수 있는 중편의 단점을 나름 극복한 사례로 보아도 좋지않을까.


★★★☆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활용 되었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 8점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