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얼간이 - 이야기와 캐릭터의 놀라운 궁합!


얼간이 ぼんくら (2010, 2000)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이규원/P.590



제목에서 느껴지는 낯설음과 의아함은 당연한 것이려나. 얼간이라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소설 가운데는 '메롱' 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작품도 있으니 작가의 작명센스를 탓할 뿐이겠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록 '얼간이' 라는 제목에 대한 이미지는 이야기와 얽혀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부족함을 통해서 오히려 따뜻함과 온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랄까. 작가가 또 다른 라인으로 구축하고 있는 시대소설로써의 정서와 캐릭터,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혼조 후카가와의 뎃핀나가야에서 한 청년이 살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뒤이어 기묘한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뎃핀나가야에서 떠나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역을 담당하는 무사 헤이시로는 적당한 일처리와 느긋함으로 성실한 관리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조사하면서 의문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조카인 유미노스케와 함께 사건의 진상에 다가서는데...


괴한
노름꾼
통근하는 지배인
논다니
절하는 남자
긴 그림자
유령


차례를 보면 이와같은 소제목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처음 몇 편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짐작했던 것은 동일한 인물과 배경 속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흥미롭게도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각자 따로 놀던 에피소드를 조합하고 있었다. 나름 논리적인 결합점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과정도 과정이거니와 그런 상황을 끌어가는 탐정과 같은 캐릭터도 존재하고 있다. 마치 본격 추리소설을 즐기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구조적인 면에서 발견할 수 있었지만, 캐릭터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탐정 역할을 수행하는 캐릭터가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인데, 논리적인 사고와 증거수집 능력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대표적으론 천재소년으로 보여지는 유미노스케라는 캐릭터가 있을테지만 그 외에도 수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보조하는 캐릭터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서 좀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캐릭터를 통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주된 특성은 제목에서 드러나는 캐릭터의 성향이었다. 주인공인 헤이시로를 비롯해서 다양한 캐릭터들은 뭔가 부족하고 똑똑하지 못한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특성을 통해서 시대적인 특성과 정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특정 사건을 수사하는 미스터리 소설로써 주된 매력은 구조적인 것에 기인하고 있을테지만 이와같은 캐릭터의 감성적인 특성을 통해 이야기는 좀 더 풍성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미스터리 소설로써의 이야기와 캐릭터의 다양한 특성이 잘 어우러져 한층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여러 작품 가운데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외딴 집' 이라는 글을 가장 좋아한다. 세간의 평과는 무관하게 작가의 대표작을 '외딴 집'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좋은 느낌을 받은 글 역시 작가의 시대소설이라는 점은 나름 흥미롭기도 하다. 특별히 시대적 특성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기에 더욱 남다른 느낌이다. 작가의 다른 시대소설 또한 만족도가 높은 편에 속하지만 이 책은 '외딴 집' 과 함께 좀 더 높은 만족도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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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간이 - 8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