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구적초 - 초능력을 지닌 세 여성의 이야기


구적초 鳩笛草 (2009, 1995)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 김은모/ P.350



미야베 미유키의 중단편집.
세 명의 여성을 각각 주인공으로 삼은 세가지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리고 그 여성들은 서로 공통점이 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그냥 '타인' 의 의미가 아닌, 초능력을 지닌 여성의 이야기로 좀 더 이질적이고 낯선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도 인간인 이상, 고민과 갈등은 충분히 공감할만한 것으로 이루고 있으니 거리감은 좀처럼 넓혀지지 않는다.


게임을 무척 좋아한다고 하는 미아베 미유키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판타지적인 소재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브레이브 스토리' 만 보더라도 한 소년의 성장기를 판타지로 잘 풀어내지 않았던가? 최근 읽었던 '마술은 속삭인다' 에서 '최면' 이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한 소재를 사회적 이슈와 함께 버무려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현실감각을 유지하는 세계관 속의 그녀들에게 초능력이라는 것을 부여하여 내면의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글은 초능력을 보유하게된 그녀들의 심리적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 자신의 능력에 대응하는 상황이나 심리적 변화가 각각 다르기에 더욱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그렇게 이야기간의 차별을 이룬 모습은 그녀들이 능력을 인식하는 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도 보인다. 이를테면 '스러질 때까지' 의 도모코는 사고로 기억을 잃었으나 자신의 능력에 대해 점차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리고 '번제' 의 준코는 자신의 능력을 인식하고 있으나 능력을 사용해야할 동기를 찾고 있다. 마지막으로 '구적초' 의 다카코는 이미 자신의 능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으며 그로인해 직장 내에서 빠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처럼 '능력에 대한 인식' 에 따라 단계적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의 순서 또한 순차적 흐름에 맞추어 배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의도는 독자로 하여금 각기 다른 이야기를 인위적인 흐름에 맞추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인위적인 흐름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읽는 것에서 오는 단절감을 조금 무마하고 한 권의 책으로써 통일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단편집으로써의 완성도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개인의 심리변화 또한 능력의 대응에서 발생한다.
초능력을 갖게 된 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일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영웅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있는 나 역시 초능력을 갖게되는 상상을 펼쳐보곤 한다. 어떤 능력이 내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까를 고려하면서 말이다. 도덕적 의무감은 차후의 문제이다. 그런 능력이 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먼저 고려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일꺼라 생각된다. 글 속의 그녀들 또한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다. 능력을 깨닫게 되면서 놀라고,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될 것인지를 고민하며, 능력을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처럼 현실감 결여된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여전히 주체일 수 밖에 없는 인간적인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이러한 그녀들의 심리변화를 공감하면서 자신에게 되물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법이 될 듯하다.


스러질 때까지
- 도모코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는 이야기의 구조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와 다르게 책 겉표지에서도 능력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함구하고 있다. 능력에 대한 깨달음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게되는 과정과 동일한 리듬으로 융합되어 있는데 그에따라 변화하는 여주인공의 심리변화를 즐기는 것이 포인트.


번제
- 어떤 이유로 다른 이야기와는 다르게 미미 여사의 선택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이 단편은 후에 '크로스파이어' 라는 장편의 글로 확장되었다. '크로스파이어' 를 먼저 본 독자라면 중복될 수 있는 이야기이니 참고 하기 바란다. 이 글은 발화능력을 갖고 있는 아오키 준코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파이로키네시스' 라는 용어로 불리우기도 하는 이 능력에 대해서 공격성만을 드러내 '장전된 총' 으로 표현하는 것은 흥미로운 것이기도 하지만 단편적인 시선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구적초
- 혼다 다카코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형사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낸다는 능력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겠지만 경찰이라는 직업만큼 잘 어울리는 것도 드물 듯하다. 자신의 능력에 의존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었던 그녀는 젊은 여성이라는 조건 속에서도 형사라는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능력을 잃게 될 상황에 대해서 두려워하게 되고, 능력에 의존하는 성향에서 벗어나기까지 불안한 심리를 그려내는 것이 꽤 볼만하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의미도 포함하니 나름 교육적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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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적초 - 8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북스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