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독소소설 - 시리즈 중 제일 웃기다


독소소설 毒笑少說 (1999, 2007)

히가시노 게이고
바움


독소(毒笑) 란 '독기를 품은 웃음' 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진다.
독과 웃음.
서로 상반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단어가 만나 새로운 것을 이루었다. 모순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태어난 단어.
이 단어와 어울리는 것은 무엇일까.




괴소소설(怪笑少說) 은 '개인의 소통되지 못한 욕망을 통해 발생한 해프닝' 을 그려내었다. 그리고 독소에 이르러서는 대상이 좀 더 확장되어 '개인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조명하면서 드러나는 해프닝' 을 다루고 있다. 생각해보면 '관계' 라는 것은 때와 상황에 따라 모순을 드러내곤 하지 않던가. 모든 관계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은 흔히 자신만의 페르소나를 갖고 관계를 이어나가지 않던가. 독소는 자신보다 누군가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들을 고려해본다면 관계에서 비롯되는 해프닝과 독소는 잘 어울릴 것도 같다. 물론 작가의 견해가 아닌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독제독(以毒制毒) 이라는 말이 있다. '독으로 독을 다스린다'
누군가와 관계를 이뤄나가는 것은 때때로 독을 낳기도 하는데 이것을 독으로 다스린다는 것이 본 작품의 전체를 아우르는 컨셉이라고 보여진다.

부모의 교육에대한 지나친 열정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져버린 손자를 위해 할아버지가 선택한 방법은 유괴였다. 직장 상사 부인의 횡포에는 독설로 대항하고, 어머니의 결정에만 의존하던 한 남자는 자신의 결혼식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일으킨다. 친구에게 애인을 뺏긴 여성은 살의취급설명서라는 책의 도움으로 친구를 죽이려한다. 심지어 좌,우측의 뇌가 서로 분리된 의식을 지닌 한 남자는 아집으로 가득차 있던 자신의 삶을 속죄로 내몬다.

이렇듯 누군가와 관계를 통해서(심지어 좌뇌와 우뇌 사이까지!) 발생할 수 있는 독을 다스리는 방법은 독이었다. 뭐, 단편적으로 볼 수 없는 인간을 표현하기엔 정답이라고 볼 순 없지만 조금 엿볼 수 있는 기회는 될 수 있을것이다. 게다가 이 책은 유머소설이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좋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 '웃음3부작' 가운데 가장 웃긴 것은 이 책인 듯싶다. 몇 차례나 터졌다. 후훗.

마치 어메이징 스토리나, 기묘한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무언가 현실적 공감대를 가볍게 느낄 수 있으니 당황하지 않아도 좋다.

- 유괴천국
- 엔젤
- 도미오카 부인의 티파티
- 메뉴얼 경찰
- 나 홀로 집에 - 할아버지
- 인형 신랑
- 여류작가
- 살의취급설명서
- 속죄
- 영광의 증언
- 미스터리 진품명품 감정쇼
- 유괴전화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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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소설 - 8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바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