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편지 - 차별도 동등함을 추구한다


편지 (2008, 2003)

히가시노 게이고
랜덤하우스


'편견' 과'차별' 은 도덕적 판단이 가능한 단어가 아니던가? 도덕적인 이유로 주의하도록 교육하고, 노력하는 것일진데 과감히 그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차별은 당연하다' 고 말하는 것 역시 도덕적, 감성적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건만.





츠요시는 고민했다. 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지만 현재 그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모님을 잃고, 건강도 잃고, 얼마 전에는 직업도 잃었다. 희미한 희망도 잃을 것 같았다. 그런 그가 택할 수 있는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강도살인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나오키는 수감된 형으로 인해 차별받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고등학교 친구들도 그를 다르게 보게되었고, 일자리와 사랑도 그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에게 '살인자의 동생' 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성실, 근면하게 생활에도 극복할 수 없었다. 쉽지않지만 그에게 주어진 선택도 얼마되지 않았다.


납득할 순 있었다.
나의 뜻이 중요한만큼 타인의 뜻 또한 인정해야 하며 가치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오키가 타인의 뜻을 인정하고 수긍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착오를 경험한 것처럼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상처를 안기는 일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도덕적인 교육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나는 거부감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해서 또 다시 상처를 낳아야 겠는가? 라는 물음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상처의 되물림은 끝내야 한다고 도덕적 판단은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점은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투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일이 아니니까 쉽게 말할 수 있는 투정. 정작 처음 상처받은 자는 고려하지 못한 투정. 일어나버린 일은 어쩔 수 없으니 같은 일은 되풀이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데......


이 책은 교도소에 수감된 형으로 인해 차별받는 삶을 살아가는 동생의 이야기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로 차별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동생은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짐을 인정하고 수긍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작가는 이런 인물들과 에피소드를 통해 감성적 정론을 말하고 있다. 비교적 중립적인 위치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차별로 생긴 피해자들의 감성적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있다. 다만 답이 없는 문제이기에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도와줄 뿐이다. 나오키의 결정은 개개인이 내릴 수 있는 여러 판단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작품 속 결말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의 가치와 타인의 가치가 동등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었다. 나오키와 츠요시의 결말을 에필로그로 빼놓은 이유는 그것 때문일 듯 하다.


가볍게 한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서 감동을 느끼는 것도 좋고, 관계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다. 그냥 이 작품이 독자들의 관심을 줄 만한 최소한의 가치는 있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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