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회랑정 살인사건 - 광고만큼은 아니다


회랑정 살인사건 (2008, 1991)

히가시노 게이고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품.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대로 본격 추리소설의 성향을 띈 작품이다.
어떤 이는 삶의 목적성과 관련하여 사회적 이슈를 고려하는 듯 하지만 그것은 동기를 형성시켜주는 양념같은 느낌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그보단 기본 설정에 의존하는 바가 커 독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기리유는 반년 전, 회랑정 화재사건을 통해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 세간에는 동반자살사건으로 알려진 그 사건을 통해 자신의 애인은 죽었고, 자신 또한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건이 자살 사건이 아닌 살인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용의자는 당시 회랑정에 모였던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는 것도. 그녀는 노파로 분장해 반 년만의 회합에 동참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애인을 죽음으로 내몬 범인을 찾으려 하는데......

거대유산을 둘러싼 음모와 복수!
20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에와서 생각해보기엔 참 식상한 테마를 다루고 있다. 그래도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관심이 마르지않는 소재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일것이다. 마치 범인을 초반부터 노출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듯한 방식과 동기를 충실하게 만들어주는 플래쉬백의 사용은 지금에와서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법하다. 더불어 범인과 함께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보단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등장인물의 지배적인 심리상태로 묘사됨으로 또 다른 차별화를 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정된 공간과 내부인의 소행일 것이라는 불안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됨으로 이야기는 긴박감있게 흐른다. 더불어 범인처럼 보여지는 인물의 1인칭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맛깔나는 이야기를 위한 충분한 양념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해 기본적인 설정에 의지하는 바가 크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독자의 취향을 탈 수 있는 부분인데, 설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즐기는 독자가 있는 가하면, 그 점을 단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독자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글쓴이 스스로가 설정을 잘 활용하고 그에 걸맞는 기능적인 문장을 구사하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위의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미 글쓴이의 작품을 이전에 여럿 접해보았기 때문에 상대적인 실망감이 앞서는 상황이다.
30대의 젊은 여성이 노파로 변신하는 과정이라든가, 그녀를 중심으로 한 주변 인물의 관계, 그녀만의 독특한 상황 등(플래쉬 백으로 보여지는)은 작품 속 기본 설정으로 독자 입장에서는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설정에서 의문점이 드는 것 또한 막을 수 없을 듯하다.
그에따라 글쓴이의 초기작품이라는 것과 다른 작품과의 비교를 통해 완성도가 좀 떨어지지 않나? 라는 우려가 드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물론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평가이니 주인공의 로맨스와 고전적인 느낌이 나기도하는 상황극을 즐길 사람은 언제든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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