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포문학 단편선 3 _ 마지막


나의 식인 룸메이트 - 한국공포문학 단편선 3 (2008)

글쓴이 : 이종호 외 9인
출판사 : 황금가지


선잠 - 전건우

초반 조금은 부실한 느낌의 설정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의도적인지 어쩐지 알 수 없는 표현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았으나 이내 나의 판단착오였음을 알았다. 결말을 접하면 조금 허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의구심은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납득할 수 있었지만 뭔가 아쉽다는 여운은 어디서?
제목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본다.


은혜 - 이종호

한껏 기대를 일으켜놓고 힘빠지는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평범한 가정의 맏며느리로 시집온 한 여자.
질병으로 고생하는 시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지만 작품 속 화자인 둘째 아들과 막내 딸에게서 의심을 사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뒷조사를 한 결과는?

누군가에게는 절대적인 믿음을 받는 존재이지만, 독자를 비롯한 소수의 인물에게 의심을 받는 존재.
그런 모순된 갈등과 신비감이 흥미를 자극하지만 의외로 단순한 결말을 신선하게 여겨야할지 기대에 대한 배신으로 생각해야 할지. 물론 고민하게 만드는 것 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를 말해준다.


얼음폭풍 - 황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작가는 작품 속 배경도 익숙한 환경을 묘사한다.
미국 이민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제목에서 말하는 악화된 자연환경 속에서의 인간들간의 갈등과 직장을 잃고 가진 돈도 다 잃어버린 남편으로 인한 가족 내의 갈등을 접목시킨 작품이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이 전해진다. 앞서 언급한 점들이 강렬하게 부각되기도 하지만, 이민자와 인종에 대한 편견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충실하게 서포트해주고 있어 더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특히 주인공 진이 딸 영미를 데릴러 가기위해 눈에 파묻힌 차를 꺼내기 위해 삽을 빌리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삽이라는 매체 하나를 통해서 앞서 언급한 사실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한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제목을 영어로 표현하자면 ' Blizzard ' 가 되려나.


불 - 김종일

도입부에서 니체의 문구를 인용하고 있다.
"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와중에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 심연도 그대를 들여다볼 것이다. "
- 프리드리히 니체 [ 선악의 저편 ]

이 문장을 통해서 영감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불가사의한 발화현상을 일으키는 한 소년과 그 사실을 알게된 주인공의 이야기다.
초점은 아무도 모르는 그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주인공이 내면 속에서 일으키는 갈등이다.
그 소년이 일으킨 발화가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목격한 이후로 주인공의 가슴앓이가 시작되고 그것은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밝히지 말라고 경고했던 그 소년은 주인공이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들을 다 죽여버림으로써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무거운 짐을 견디지 못하는 주인공과 그 소년의 관계는 어떻게될지?
불가사의한 발화현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판타지와 공포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그 사이에서 흥미롭고 긴장되는 상황을 잘 연출하고 있다.
수록된 작품 속에서 수작으로 생각할만한 작품 중 하나.


불가사의한 대상 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본 단편집은 21세기에 잘 어울리는 방법으로 표현된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비교적 소수를 위한 장르로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있는 장르문학이지만 가능성은 높게 쳐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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