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다큐멘터리 3일 - 엄마냄새, 목포 다순구미 마을의 3일



다큐멘터리 3일 - 엄마 냄새, 목포 다순구미 마을의 3일


마지막으로 목포를 가본 것이 5년 전이었던가? 하지만 그 때도 이미 목포는 서울의 모습과 별 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발달하여 어렸을 때 보았던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고향이 목포인터라 어렸을 때는 종종 찾을 수 있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엔 거의 찾질 못했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 대형마트와 갖가지 상업시설로 가득찬 모습이었으니 기억 속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때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마을이 있었다니 놀랍다. 다순구미 마을. 행정적 이름은 온금동이라고 한다.




21세기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 곳은 그냥 달동네로 보여질지도 모르겠다. 이미 90년대에 이 곳의 주거환경에 대해 조사한 논문도 있는 듯하다. 단순히 불량주거지로 비춰지는 이 곳은 일제강점기 때부터의 흔적을 지금까지 갖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막혀있지만 우물의 잔재가 그대로 남겨져 있고, 산기슭에 위치하여 구불구불 올라가는 길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택배기사가 집을 찾아오기 어려워 택배를 받기위해 마을입구까지 나와야 할 정도로 현대적 문명과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곳의 가치는 그렇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이곳만 시간이 멈춘 것 마냥 과거의 잔재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곳. 그리고 그렇게 남아있는 것 중에는 우리 부모님 세대가 지금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흘렸던 땀냄새가 배어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땀과 노력의 흔적이 남아있기에 부모님들은 이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난방시설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 겨울에만 딸 집에 가서 지낸다는 이죽심(87)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아들, 딸 세대는 부모님의 흔적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한 동네가 10년전, 20년전 모습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음을 생각한다면, 도심 속에서 이러한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운명과도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의 흔적조차 발견하기 힘든 것이 요즘 시대의 특징인데 부모님, 조부모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현재 이 곳은 재개발 계획이 진행 중이다. 2012년이면 착공할 계획이라는데 이 곳에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 또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니 제 3자의 입장에서 흔적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할 수는 없다. 그래도 마지막 촬영 날 남겨져있는 할머니에게 울먹이며 인사를 전하던 VJ 의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그 목소리엔 이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아들 세대에게 그러한 감성을 전달 할 수 있는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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