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감성다큐 미지수 - 10월9일



감성다큐 미지수 - 2010년 10월 9일




- 누구에게나 빈집은 있다

어딘가의 시골에는 빈 집만 수십채가 있다고 한다. 모두가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했던 것. 젊은이들의 도시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는지, 자식들에게는 농사일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부모님의 뜻이든간에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 낯선 타지로 떠났다. 하지만 최근들어 그런 빈 집들이 조금씩이나마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 귀농의 뜻을 품은 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프로그램은 빈집의 물리적 변화를 화면에 담아냈지만 코멘트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수십 년동안 진행되어온 도심으로의 집중화 현상이 이 시대에 와서 심리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켜왔는지, 현실은 어떤 모습인지를 지적하고자 했던 것 같다. 확실히 최근들어 귀농 인구가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은 88만원 세대를 낳은 각박한 현실과 함께 행복을 구현하는 방법이 예전보단 다양해졌기 때문일 듯. 향후 이들의 행보가 이 나라의 농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변화의 한 발자국이 딛여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 단칸방 우주에서 세상을 그리다, 카투니스트 지현곤

지현곤. 그가 마지막으로 땅을 딛여본 것은 초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척추결핵으로 수십 년간 방 안에 갇혀 그림을 그려온, 아니 그릴 수 밖에 없던 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리고 있다.
어린 조카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큰 아빠인 지현곤氏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방 밖으로 나갈 순 없지만 조카의 도움을 빌어, 그리고 작은 창문을 통해 세상을 원하는만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난 2008년 카투니스트로 뉴욕에서 단독 전시회를 여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 밖에.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무수히 많은 작고 가는 선으로 이뤄진 그림. 내세울 것이 없는 자신이었기에 차별화를 갖기 위해 일부러 택한 방식이란다. 남들은 지루하고 고되고 지치게만들 방식을 통해 자신을 입증한 것이다. 허수아비와 같다고 스스로를 표현하지만 그러하기에 남들보다 깊은 시선을 갖게 된 그는 장애가 장애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 불혹 혹은 부록, 마흔의 강을 건너다

여기 야간대학원의 문을 두드린 40대 아저씨들이 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삶을 살고 있는 중년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공부란 지적호기심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프로필을 채우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지친 몸을 이끌면서 공부에 매진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그런 그들이 술을 한 잔씩 걸치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털어놓았다. 윗 세대와 아랫세대에 끼여서 옴짝달삭 할 수 없는 사회적 입장과 집에 돌아가도 가족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가정에서의 입장을 농담조로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덜컥 나이먹는 것이 두려워졌다. 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는 그들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모습이 나의 내일과도 같았다. 하지만 내 아버지, 할아버지 그 이상의 분들이 겪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을 다지게 된다. 화면상의 이들도 자신들의 상황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참 서로 유쾌한 푸념을 늘어놓고선 '가자! 아들보고 싶다!' 라고 말하는 모습은 건강해보였다. 이런 이들만 가득하다면 이 사회도 한층 더 건강해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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