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니깐! 뭘그렇게 물어싸...
보는 것 2009. 4. 17. 21:07
창궁의 파프너 (2004, 26화) / 창궁의 파프너 Right of Left (2005, 극장판)
감독 : 히바라 노부요시
제작 : XEBEC
관계를 주체로 한 페스튬의 인간학습프로젝트.
......
로봇이 등장하는 메카닉 물이긴 하지만 슈퍼로봇이 등장하는 형태와는 다르다. 위의 표현은 그냥 던지듯이 하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그런 컨셉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본 작품의 내용 가운데 가장 비중이 있는 단어는 '관계'인데 페스튬이 줄기차게 물어보는 '당신은 그곳에 있나요?' 라는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변이기도 하다.
많은 작품들이 인간과 인간들의 관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정의내리며 이해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 '창궁의 파프너' 속에서의 관계는 '서로 다른 곳에 위치한 존재간의 커뮤니티'라는 정의로 표현한다. 여기서 비중은 다른 곳에 위치한 공간점 개념에 실려있다. 기본적으로 자신과 개별된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차별화의 중요한 조건으로 개체가 위치한 공간을 뽑았다. 이런 설정은 페스튬이라는 존재가 개별적인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실제로 무리로서만 존재하는 개체이기 때문이리라. 물론 단순 물리적인 차별화를 의미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도 포함할 것이다.
이렇게 관계에 대해서 독자적인 설정을 하고 난 후 보여지는 것은 관계의 다양성이다.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보아도 꽤 많은 인원이 등장하는 작품인데, 각 캐릭터가 이뤄내는 관계는 각각의 모습을 보여준다. 더불어 드라마틱한 구성을 위해서인지 관계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캐릭터들의 모습이 좀 더 극화되여 현실감을 조금 상실한 듯한 느낌도 부정하진 못하겠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들은 페스튬을 상대로 한 것이기보다는 관객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여진다. 페스튬이 이해하려드는(혹은 이해하게되는. 설정상의 이유로) 특성들의 포인트는 다양성보다는 개체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죽음과 생명 그리고 그 순환 체계를 페스튬과의 주된 접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개체 자체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황에 다양성까지 주입시키기엔 플롯도 엉키고 무리가 되는 설정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캐릭터에 의한 다양한 관계는 관객의 몫이다. 그로부터 충분히 드라마틱한 전개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
다만 묘한 느낌은 이 작품이 노출을 꽤나 꺼려한다는 것이다.
보통 등장인물등간의 드라마를 보여주는데 있어선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존재하는 세계관 및 설정에 대한 정보가 주어지고 난 이후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본 정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쉽게 풀어놓지 않는다. 초반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상황만을 접하게 될 뿐이었다.
뭐, 관객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현재 상황을(작품 속)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주인공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로인해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관객 각자의 몫인 듯 하고, 개인적으로는 차근차근 풀어지는 정보들로 인해 지속적인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듯 하다. 더불어 밝혀지지 않은 설정으로 인해 좀 더 캐릭터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기도 했다. 어떤이는 정보를 꽁꽁감춰두고 잘 풀어놓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듯 하기도 하지만 그런 컨셉이 애니메이션으로서 드물었기에 익숙치 않는 것 뿐이지 다른 매체에서는 선수들이 자주 쓰는, 그리고 고민의 주체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 좀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은 높이 사고 싶다.
극장판은 TV 방영판보다 이전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물론 그에맞춰서 중심되는 인물들도 다르다. 이른바 TV판 주인공들의 선배격이 중심된 인물로 나오게된다. 극장판이라는 특성에 맞게 캐릭터나 주어진 갈등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바로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의 관점을 단순하지만 공감할 수 있을만한 설정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TV판에서 보여주는 세계관을 좀 더 디테일하게 보완해주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극장판은 TV판을 보고 난 이후에 감상하길 권한다. 본 세계관에서 중요한 정보라고 보여질 만한 것이 대체로 오픈되기 때문에 이후 TV판을 보게될 경우 재미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
메카닉 애니메이션이고 근래 슈퍼로봇대전에도 참전한 모양이다만,
전투는 나와 타인간의 관계를 증명하는 것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 액션을 바란다면 선택을 잘못했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하지만 작품 선택 기준이 로봇이 등장하는 것은 모두 열혈액션이다! 라는 편견과 다르다면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떼가 아닌 함께다.
(떼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집단으로써의 의미로만 쓰여질 수 있는 단어를 찾다가 선별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