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전설의 고향 종영

이번 주로 '2009 전설의 고향' 이 방영을 마쳤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름 시즌에만 특별 기획되어 방영한 '전설의 고향' 은 국내 드라마 가운데서도 장르적 특성을 살린 희귀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한 시즌만 반짝 방영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렇게 방영해주는 것만 해도 어디냐. 감지덕지 할 수 밖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기자를 캐스팅, 평소 얼굴 보기 힘든 연기자도 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5주에 걸쳐 10화를 방영 한 이번 '전설의 고향'은 솔직히 만족스럽다고 보긴 어려웠다.

21세기에 들어와 몇 몇 공포영화로 인해 동양적 공포이미지가 굳어버린 느낌이 있는데 그런 영향을 전설의 고향에서도 느껴지는 듯 하여 왠지 거부감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전설의 고향' 하면 한국적이고 독자적인 이미지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 이제는 흔해져버린 이미지로 인해 오히려 실망을 느끼게 된 것이리라.

 

특히나 한국형 원귀는 무작정 원한만을 강조하며 복수만 감행하는 형태가 아닌, 죽은 자와 산 자 간의 커뮤니티가 이뤄지며 정(情)을 바탕으로 한 한(恨)의 표현이 이뤄지기 때문에 요즘 유행하는 원귀의 형태와는 분명 차별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은 흔해진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듯 한 모습은 긍정적으로 봐 줄 수 없었다. 다만 방송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야기도 좋아지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도 적절히 표현하는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특히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금서'와 '묘정의 구슬'은 상당히 괜찮다. 두 작품 모두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관계가 다채롭고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어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

 

 

여름 시즌에나 '공포'라는 테마를 다룬 드라마들이 가뭄에 콩나듯 선보이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어쩌랴. 방송국 입장에서는 시청률에만 신경쓰고 온갖 형태의 불륜 드라마만 쏟아내고 있으니. 그나마 시즌 드라마를 제작해서 심야에 방영하던 MBC 는 요즘 조용하다. 아마도 시청률 문제이겠지. 사실 한국 드라마 또한 각 작품마다 퀄리티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애초에 다양성을 상실하고 제작되어지는 드라마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미국의 '환상특급',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 에 비견될만한 국내 드라마는 '전설의 고향' 뿐이다 라고 생각해왔지만 국내에선 비주류로 평가되는 장르 드라마는 여전히 살아남기 힘들다. 앞서 언급했지만 특정 시즌이라도 제작, 방영해주는 것을 감지덕지해야 할 판. 좁은 땅덩어리에 좁은 컨텐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