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 -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차우 (2009)
감독 : 신정원
각본 : 김형철
2년전 거대한 뱀을 등장시키면서 화려한 복귀를 시도하던 심형래 감독의 예도 있었지만 사실 국내에서는 '괴수'라는 아이템을 활용할만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의 문제다. 국내에서의 '괴수'는 저멀리 헐리웃에서 넘어온 거대 생물이거나 옆나라에서 넘어온 유사 공룡 시리즈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괴수 어드벤처'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이 영화는 반가움과 동시에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심형래 감독의 경우에나 몇 차례 시도할 뿐이었던 척박한 장르에 기대를 갖기엔 무리가 있었다.
영화 도입부를 감상하다보면 공포와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요소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투박하고 상식적인 형태의 것이지만 관객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공포나 스릴이 전부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점은 감독의 전작과도 연관성이 있다.
신정원 감독의 데뷔작이자 전작인 '시실리 2km' 는 공포영화 장르에 유머를 접목시켜 흥미를 유발시켰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역시 유머 코드를 삽입함으로 공포와 스릴을 주된 매력으로 생각하는 영화와는 차별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유머가 자신에게 맞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후회없는 선택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전작도 그러하지만 이 영화도 유머에대한 비중이 높아 기존 장르에 편입되기는 무리일 듯 싶다. 기존 것에 대한 편견없이 즐길 수 있다면 관람 가치는 충분하다. 1
공포와 유머, 이 두가지 상반된 코드의 미묘한 대립을 즐기는 것 외에도 이 작품은 전혀 다른 면에서도 스스로의 가치를 보여준다. 주연 캐릭터로 활용되는 인물들이 5명이라는 특성을 보이는 가운데 각각의 인물들은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조연급으로 치부되는 인물들 역시 배경에 특화된 개성을 유감없이 드러내니 이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뽑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식인 멧돼지의 습격,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인간들을 지켜보는 공통 분모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즉, 식인 멧돼지를 잡으려는 상황은 그냥 설정된 배경일 뿐이고 이런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다양한 반응을 지켜보게끔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희생당한 가족의 복수를 위해서, 어떤 이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어떤 이는 조교수직을 얻기 위해 식인 멧돼지를 쫓게 된다. 그들은 모두 정의감에 투철해서 움직이기보단 자신의 욕망과 뜻하는 바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욕망 아래 다양한 리액션이 펼쳐지는 상황이다보니 단순한 플롯을 좀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다. 2
식인멧돼지라는 매체를 통해 공포와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머 코드가 이야기 전반에 걸쳐 포진되어 있다보니 비중은 코미디에 실려있는 느낌이 강하다.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전개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갈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유머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터이니 조금은 관대하게 지켜 볼 수 있을 것인가? 어쨌든 각자의 몫이다.
★★★☆ |
- 그렇다고 유머라는 코드를 살려 스플래터 장르에 편입시키기엔 고어의 느낌이 부족해 어렵다고 판단된다. 더불어 고어+코믹의 요소를 활용한 영화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니 2000년에 제작, 개봉된 '하피'가 그 대상이다. 당시로는 아니 지금까지도 상당히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시도였으나 주목받진 못했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타국의 영화들과 비교하기엔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래도 시도 자체에 대한 의미는 남다르다고 생각된다. [본문으로]
- 나름 원칙에 투철해서 말썽을 일으키는 김순경조차도 산으로 가는 주된 이유는 실종된 어머니를 찾기 위해서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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