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 13 - 역할이 다르다

 

고르고 13 (Golgo 13, 2008, 50화)

 

감독 : 오오가 슌지

제작 : TV토쿄/앤서 스튜디오/소츠 에이전시

 

 

1968년부터 연재되어온 사이토 타카오의 원작을 애니메이션화 하였다. [각주:1] 과거 데자키 오사무 감독에의해 극장판과 OVA로 두 차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TV 시리즈로 제작된 것은 처음이다. 원작이 수십년간 연재되어 오면서 일본내에서의 인지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국내에서는 좀 생소하고 고르고 라는 캐릭터가 국내 정서에는 왠지 안어울리는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

 

고르고 13? 누구?

고르고 13 은 세계 최고의 암살자이다. 주로 저격을 하지만 근접전도 무척 강하다.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M16 과 38구경 리볼버. 어썰트 라이플인 M16 에 스코프를 달아서 저격용 총으로 활용하는데, 그렇게하고도 인간같지 않은 저격 솜씨를 보이니 가히 괴물이라 불러도 부족할 정도이다. [각주:2]

그런 그에게 암살의뢰가 들어오고 의뢰를 받아들인 고르고는 독특한 상황 속에서 의뢰를 완료한다는 것이 기본구조이다. 어......그 이상의 것은 없다. 한 회 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각 에피소드의 연결성은 없다. 암살이 성공하면 이야기는 그대로 끝이다. 일반적인 서사구조를 기대하면 실망할 가능성도 꽤 있는 편이다.

하지만, 단순한 구조 속에 다양한 모습들을 구현해내고 있으니 가볍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주인공답지 않은 주인공?

고르고 13 은 암살자 답게 감정이 매우 절제되어 있는 모습이다. 아니, 감정은 아예 없고 행동만이 존재하는 그런 캐릭터이다.[각주:3] 공감대를 형성하는 희노애락이 없는 캐릭터가 과연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런 특성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으니 바로 죽음을 의뢰하는 캐릭터와 죽임을 당하는 캐릭터간의 관계에서 기대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지는 다양한 관계와 거기서 비롯되는 다양한 갈등은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마치 로봇처럼 의뢰에 반응하여 행동만을 보여주는 고르고 13은 다양한 형태의 감정을 거울처럼 반사하여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확할 듯 싶다. 고르고는 방아쇠의 역할을 할 뿐,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고르고 자신이 아닌 것이다.

 

그런 고르고 13 에게 선과 악의 문제는 논외의 것이다. 어차피 암살자이고 받은 의뢰를 수행하기만 하는 그는 철저하게 중립의 위치를 고수한다. 자신이 암살해야 할 대상이 선한 캐릭터라고 하여도 여지없이 방아쇠를 당기고야 만다. 액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주된 감상 포인트로 잡고 있는 작품이라면 선과 악의 대비가 드라마를 형성하게 되고 이 작품 역시 그러하지만 선과 악의 주체는 주인공이 아닌 의뢰인과 피살자의 몫이다. 그로인해 시청자는 ' 저 놈은 죽어도 될 놈이야' 혹은 ' 저 인물을 죽여도 좋을까?' 와 같은 식으로 스스로 내면의 드라마를 형성한다. 하지만 고르고 13 의 표적이 된 인물은 어찌되었든간에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선과 악의 기준은 드라마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뿐이지 큰 의미는 없다. 나름의 리얼리즘을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착한 놈이 항상 승리하는 것은 작품 속에서나 통용될 법한 진리이지 현실은 다르니까. 앞서 말한 것처럼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가볍게 대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한 특성들은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작 고유의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좀 더 생동감있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구조의 특성 상 계속해서 에피소드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래서 원작이 장기간 연재가 가능한 것처럼) 50화 정도로 마무리 된 것은 작품의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본 듯 하다. 지금은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짓고 이후 어느 땐가 또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살아있는 동안에 이후 작품이 등장한다면 반갑게 찾을 마음도 있다.

 

 

 

덧1 : 고르고 13 도 남자인지라 여자를 찾곤 하는데(대부분 여자와의 인연을 만들지 않고 돈을 주고 사는 식이다) 그로인해 작품 속에서도 베드씬이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국내에서라면 어림도 없는.

 

덧2 : 고르고 13 은 그의 닉네임이고 이름은 듀크 토고 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그 이름을 입국할 때나 호텔 체크인 할 때 주구장창 사용하는데 경찰의 추적을 받지 않는 것은 설정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듯. 듀크 토고라는 이름도 실제 이름인지는 알 수 없다.

 

 

★★★★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사용되었습니다.

+ 모든 이미지는 제작사에서 소유하고 있을겁니다.

+ 이미지 및 작품 프로필 관련 정보의 출처는 베스트 애니메 입니다.



  1. 국내에선 발행 중 중단되었으나 일본에선 아직 연재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라 잘은 모르겠으나 초장기 연재를 이룬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본문으로]
  2. 돌격소총을 저격총으로 사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지만 그렇게 할 경우 일반 저격총에 비해서 확연히 차이나는 연사속도를 확보할 수 있게된다. 물론 고르고 라는 캐릭터가 한 사람을 죽이는데 한 발 이상 필요하진 않지만, 이번 에피소드 중에는 이 연사속도를 활용한 저격방법을 다룬 이야기도 있으니 나름 의미 부여도 가능할지도. 이외에는 상황에 따라 개조를 한 커스텀 라이플을 애용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3. 에피소드 가운데 고르고 13 의 아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등장하지만 그는 별 신경도 안쓰고 제 갈 길을 간다. 약간 의심이 가는 연출은 있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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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4
  1. 단테 2009.07.24 11: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고르고13 극장판을 한 번 봤던 기억이 있죠.
    나름대로 장수작품인 듯 하네요~

    • 아키라주니어 2009.07.24 19:41 신고 address edit & del

      무쟈게 장수하고 있지요. 그런 장수가 가능한 시스템도 나름 독특하긴 하지만요.ㅋ

  2. 김투덜 2009.07.25 23:4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원작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국내에선 발행이 중단되었다니 급짜식하는군요.
    전에 뉴타입에서 고르고13에 관한 글을 읽고 흥미를 느꼈던 터라 아키라주니어님 글도 흥미롭게 읽었네요. 계속 흥미만 느껴야 하나 봅니다... -┏

    • 아키라주니어 2009.07.27 03:07 신고 address edit & del

      저도 원작을 접하진 못했답니다. 저도 그렇게 흥미만 느끼고 기회는 없었던 듯. 애니메이션으로 갈증을 해소하심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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