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감성을 잃지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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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Bridge to Terabithia, 2007)

감독 : 자보 크수포
각본 : 제프 스톡웰


판타지 장르의 성장영화.
보다보면 문득 '마이 걸'이라는 영화가 떠오를지 모르겠다. 물론 친구의 죽음이라는 설정이 마이 걸과 이 영화에서만 쓰인 것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가장 유사한 느낌을 주는 영화가 마이 걸이었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단순히 판박이 같은 영화라는 이야긴 아니다.

독특한 재능과 관심으로인해 또래의 친구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두 아이, 제시와 리즐리는 타인과 타협하기보다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더 구체화시킴으로 안정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다.
흔히 어린 시절에 있어서 친구들, 즉 타인과의 교류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없을 것이다. 친구로부터의 인정을 받기위해서 원하지 않는 선택도 해야만하는, 혹은 할 수 있게되는 것이 어린 시절의 자신일 듯 싶다. 그런 모습이 보편적인 아이들의 모습이라면 제시와 리즐리는 전혀 보편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우스개 소리로 '내가 왕따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왕따시키는 것이다.' 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런 아이들이지않나 싶다.

아동을 주체로 한 성장영화의 상당수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면 그것에 점차적으로 적응해가는, 순응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상은 자신이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것에 적응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적응해가는, 스스로를 납득시켜가는 과정을 표현해오곤 했다.
그에 비하자면 이 영화의 아이들은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신뢰가 참 대단하다.
그들이 취한 입장은 간단히 말해서 '난 못가, 그러니 니가 와라' 라는 식이다.
무슨 얘긴고 하니,
제시와 리즐리는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을 완성함으로 스스로의 안정감을 이뤄놓았다. 그들은 자신과 다른 이들에대해 이해하거나 소속되려는 노력보단 자신의 개성을 완성시키는데 주력해온 것이다. 그리고 이후 그들은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흡수되기보단 오히려 역으로 타인의 존재를 자신들에게 끌어왔다. 대표적인 예가 항상 그들을 괴롭히던 여자아이를 자신들의 세상에 받아들인 것이다. (괄괄하던 여자아이 이름이 생각안난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거인에게 자신들을 왕따시킨 친구의 얼굴을 대입하므로써 친숙한 존재로 변모시킨 것이 그 증거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제시가 자신의 여동생을 받아들이기 위해 다리를 짓는 것은 그런 특성의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세상을 포기하고 타인의 삶에 흡수되는 것이 아닌 정반대의 것이다.)

이처럼 자부심 강한 아이들이 재능과 상상력을 마음껏 표출하고 있을 때, 사실 제시는 남모를 아픔을 지니고 있었다. 리즐리와 함께 할 때는 마음껏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가 막상 현실로 돌아오면 여전히 소극적이고 표현할 줄 모르는 아이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태도는 급기야 가족들에게까지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까지에 이르렀다.
사실 성장영화의 특성은 주인공인 제시를 통해서 드러난다.
소극적이고 마음을 열지못하는 제시가 누군가를 자신에게 받아들이는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
(리즐리와의 관계는 원래 공통분모가 있으니 타인의 대상에서 벗어난다)
테라비시아로 인도하는 다리를 스스로 만드는 것을 통해서 리즐리에 대한 슬픔을 극복하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성숙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은 단순히 가족영화의 틀을 넘어서 성인들에게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차피 영화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전체 인생을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한 제시와 리즐리에 대한 특성은 관객에게 보여진 부분만 고려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임을 밝혀둔다.
가족들과 함께, 혹은 성인들이라도 잔잔하고 순수한 느낌의 감동을 기대한다면 나름 후회하진 않을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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