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두운 곳에서 - 번거롭다


어두운 곳에서 In a Dark Place (2006)

도나토 로투노
피터 웨딩턴/헨리 제임스
릴리 소비에스키/타라 피츠제럴드




참 기묘한 영화다.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 연속성을 갖는 사진을 본 느낌이다. 그 사진이 풍기는 분위기는 썩 괜찮다는 느낌이 들지만 보고있다보면 원래 영화를 보려 했던 목표를 상실해버린 느낌이다. 의도적인 것이겠지만 도대체 왜?


해고당한 미술교사 안나는 어느 저택의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어린 두 남매를 가르치게 된 안나는 시간이 지날 수록 저택의 기묘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악몽과 환상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면서 전임자의 죽음에 대해 알게되었고 그 죽음에 의문을 느끼게 되는데......


이 영화의 기묘함은 암시만 준다는 사실에 있다.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할 중요한 단서를 의도적으로 감추고 단편적인 암시로만 필요 정보를 제공한다. 아이들이 좀 남다른 것 같은데? 전임자의 죽음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등 과 같은 의문점이 생기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숨기고 있어서 확정적인 흐름을 잡을 수 없다. 익숙치 않은 상황에 여러모로 불편하게 느껴질 상황이다.


확정된 이야기 없이 암시만 존재하고 있는 모습에서 열린 구조를 발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다양한 추정이 가능한 것에대해 신선하게 느껴야할까? 아니면 '이게 뭔 얘기야, 도대체 어쨌다는 거야'라며 투덜거릴까.
마치 하이퍼텍스트의 열린 가능성을 영상으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도 든다.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던 관객들에게 능동성을 부여해준 것은 사실이니.


뒤에 있는 여자는 살아있을까? 아니면...



마지막 안나의 독백은 관객을 향한 것이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이라는. 감독이 감춰놓은 하나의 진실도 있겠지만, 관객 개개인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추정, 확정할 수 있는 이야기 또한 또 다른 하나의 진실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래도 한 시간 반 동안, 순서대로도 아닌 사방으로 흩어져있는 암시만을 갖고 알아서 이야기를 구성해내라니. 좀 번거로운 것은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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