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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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ssreiter (2008, 24화)

감독 : 이타노 이치로
제작 : Gonzo/GDH/스카이퍼펙트 TV


구조적으로 독특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독특함은 탄탄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는 ' 인류를 멸절시키려는 데모니악에 대항하여 맞써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라고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을만큼 간단하다. 실제로 보여지는 이야기는 꽤나 짧은 편이다. 12화부터가 본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짧고 임팩트 있는 스토리 전개를 보여준다.
그럼 11화까지는 뭘 보여준 것이지?
앞의 내용은 본 세계관과 캐릭터에 대한 정보 전달이 주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전체 내용의 절반을 할당해서 세계관과 캐릭터를 설명하고 그 이후에 나머지 절반동안 판을 벌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야기는 짧지만 제법 튼실한 이야기가 형성되었다. 각 캐릭터는 단순히 현실 속에서의 특성만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과거를 부여받음으로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진화했고, 그렇게 완성된 캐릭터는 이후의 이야기 전개를 위한 돋움판으로 활용되는데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가 게르트라는 인물이다.
초반 진행을 보면 누구나 게르트가 주인공일 것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것을 보게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게르트는 죽어버린다. 그렇게 당황스러운 순간을 잠시 겪고나면 게르트를 통해서 헤르만의 역할에 대한 동기가 부여되며 더불어 초반 세계관 속에서의 데모니악에 대한 설명이 잘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게된다.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얼핏 죽음으로써 동료의 의식을 자극시키는 존재로만 등장했을지 모를 캐릭터들이 각자의 인생을 갖게됨으로 단순 동기부여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증거로써도 충분히 활용되어지는 것이다.
바로 전체 이야기의 절반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
그리고 11화가 끝난 직후 인터미션으로 앞선 이야기의 요약을 다시해주고 12화에 들어감으로 본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다시금 돕는다.
이처럼 튼튼한 구조는 이 작품의 중요한 특징이다. 다만 언급한 것처럼 본 이야기에 들어가서 그 흐름이 꽤나 짧기에 아쉬운 느낌이 있다. 마치 빌딩을 지을 것처럼 터파기를 하고선 막상 단층건물을 지어놓은 느낌이랄까?

이 작품의 또다른 특징은 곳곳에 숨어있는 종교적인 코드다.
특히 12화 이후 본격적인 전개에 들어서면 소품, 이미지, 대사 등을 통해 심심찮게 종교적인 표현들을(다소 직설적이기도 한) 보여주고 있다. 구세주 이미지를 동반하는 십자가 형태, 소수의 변형화된 데모니악의 존재, 그리고 그에 대해 선택받은 자들이며 신의 의지를 표출하려 한다는 자딘의 의지 등...다수의 표현들이 그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대해 간단히 표현하자면 인류의 부정적인 성향은 그에 합당한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 보여진다. 그것을 피할 수 없는 신의 의지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종교적 표현들도 사용된 것이다. (부정적인 성향은 자딘의 동기로써 사용되어지는데 인종차별을 통해 보여지는 개인/집단 이기주의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일반 인간들이 데모니악으로 감염되는 설정은 강제력 있는 포교활동과도 유사한 느낌이 있다.
아무튼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다뤄지고 있는 소재를 종교적 색채를 입혀서 사용한 것이라고 보면된다.

이런 설정 속에서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종교적이면서 폭력적이며 인류에 대해 절망해버린 데모니악과 그들을 말살해버리려는 악한 인류 사이에서 그들을 중재하려는 또다른 무력집단이 생겨버린다는 것이다. 뭐, 집단이라고 하기엔 수가 적고 평화를 위한 중재라기 보단 국가적 특성과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중재하려는 자들이긴 하지만. 아무튼 이런 중재자를 통해서 이뤄진 결론은 쪽수로 우세한 인간이 소수의 선택받은 이들을 포용한다는, 나름 평화적이고 긍정적인 마무리를 짓는 것으로 끝났다. 그런 과정에서 왠만한 비중있는 이들은 다 죽어나간다는 것도 나름 전체적인 완성도에 조금은 기여를 하는 듯 하다.

왠만한 이야기를 다까발려놓은 듯 하지만, 사실 보여지는 상당 수의 연출은 화려한 비주얼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로써의 데모니악과 블래스레이터의 움직임은 말그대로 인간의 것이 아니고 더불어 그걸 담에내는 카메라워크(애니메이션이니 단순 연출) 또한 현란해서 그것만으로도 볼거리는 어느정도 확보가 된다.

화려한 볼거리와 탄탄한 이야기. 생각보다 관심을 많이 끌지는 못한 듯 하지만 충분히 시간을 들일 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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