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트메어 - 과거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나이트메어 Nightmare on Elm street (2010)

감독 : 사무엘 베이어
각본 : 웨슬리 스트릭/에릭 헤이저러
배우 : 잭키 얼 헤일리/카일 겔너/루니 마라/케이티 캐시디


나이트메어 1편이 개봉된 것이 1984년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후 그 영화는 다시 한 번 재탄생했다. 리모델링 된 이 영화는 누구를 위한 영화였을까. 짧지않은 시간이 지났어도 그 때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새로운 인연을 위한 것이었을까?

크리스는 딘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경험한 후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그것도 매번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꿈을. 자신을 프레디라고 소개한 인물은 꿈 속에서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경험을 겪으면서 친구들 또한 자신과 같은 꿈을 꾸고 있음을 알게된다. 누군가는 프레디에게 죽임을 당하고 누군가는 살아남으면서 잊어버렸던 기억을 서서히 되살려가는데......



친절하다
우선 '나이트메어'라는 이름을 몰랐거나, 알았다 하더라도 여러가지 이유로 접하지 못했던 관객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이 영화는 매우 친절한 영화이다. 원작에서는 굳이 드러내지 않았던 사실을 표현한다던가, 연출에 따른 변화를 설명해주기까지 한다. 이를테면 꿈과 현실의 경계는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흐려지는데 그런 연출의 변화를 '수면장애'와 관련된 현실적 사실을 추가함으로 나름의 개연성을 입증한다. 그리고 이외에 증거의 역할을 수행하는 친절한 설명을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편하고 부담없는 관람을 가능케하지만, 무엇보다 원작을 지닌 리메이크 작을 접하는 입장에서 원작에 대한 이해 없이도 충분히 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이 영화가 원작의 팬보다는 새로운 관객을 더 고려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해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론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20년도 더 넘은 영화를 리메이크함에 있어서 공포영화의 주 관람연령대를 고려한다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21세기로 넘어와서도 그 잔재가 뚜렷이 남아 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말이다. 

더불어 이 영화가 공포영화로써 관객에게 주는 영향력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적당한 긴장감과 공포, 원작이 고어적인 특성을 많이 표현하는 영화가 아니었던만큼 잔인함도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다만 그런 점을 드러내는 구조적인 면에서의 아쉬움이라든가, 원작에서 절제를 통해 보여줬던 특성을 만족하리만큼은 보여주지 못했다고 여겨지지만 말이다. 어쨌든 새로운 관객들에게는 과거의 명성을 큰 부담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성 싶었다.



과거는 서운하다
시사회와 개봉을 거친 현재, 과거를 기억하는 관객들의 불만스런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분명 나이트메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캐릭터 즉, 프레디도 존재하고는 있다. 하지만 불만은 터져나오고 있다. 이유인즉슨 21세기의 나이트메어는 껍데기만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향수 속에 존재하는 나이트메어는 어떠하기에 불일치함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일까.

뭐, 그에대해서 정답을 제시할만한 능력은 없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 유추해본다면 역시나 가장 큰 원인은 '프레디'에 대한 인상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를 본 것이 15년이 넘었지만 내 기억 속의 '프레디'는 악동의 이미지가 짙었다. 단순히 살육이 목적이 아닌 장난기와 여유가 살인마치곤 독특한 캐릭터 성으로 자리잡았고 그로인해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각주:1]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진 '프레디'는 그런 특성이 없다기보단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진 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비교대상은 디테일의 차이라기보단 뭉뚱그려진 전체적인 이미지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시리즈 가운데 이번 리메이크 작의 원작에 해당되는 나이트메어 1편은 뉴나이트메어와 함께 웨스 크레이븐 직접 감독한 작품이며 위에 언급한 특성이 다른 시리즈보단 약하게 표현되었기도 하다. 즉, 이번 리메이크 작 역시 웨스 크레이븐의 원작과 유사한 이미지를 갖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개개인이 감성적인 관람을 하는 것에 누가 토를 달수 있을 것이며, 이성적인 설명으로 납득 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작함에 있어서 내린 선택으로 장점이라 부를 수 있는 특성을 갖추게 된 것이고, 반면에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생긴 것이라 본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작년에 리메이크한 '13일의 금요일'과도 유사하다.

그리고 아쉽게 느껴진 점은 단순히 캐릭터에 대한 서운함 뿐이 아니다. 새로운 관객을 위해 친절한 설명을 곁들일 세심한은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단순하게 배치되어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시작한지 40분이 될 때까지 보여지는 것은 희생자의 반복이다. 꿈 속에서의 사실이 현실과 일치된다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를 자극하고 긴장과 공포를 주지만 그것이 수십 분동안 반복되어 보여지는 동안 처음의 감정은 흐트러지고 지루함을 느끼게 되었다. 더불어 후반부에서 프레디와 대치되는 장면들은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많이 풀어져 전반부의 느낌과 비교되면서 의아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중요 정보들이 후반부에 가서야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것을 좀 더 고르게 배치했더라면 이야기의 흐름이 좀 더 리듬감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어쨌든 이야기를 충분히 즐기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단순히 공포와 긴장감을 즐기기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 기대가 특히나 큰 작품이라면 단순하게 짚고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런 입장이 불리한 것이긴 하지만 성공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니 좀 더 분발하길 바란다. [각주:2] 

그리고 아직까지 판단하지 못하는 것은 이 영화를 통해 욕망의 발현체로서만 보여지는 프레디의 이미지다. 그것이 복수이든 아니면 단순한 이상성욕이든간에 말이다. 역시 과거의 이미지가 너무 크게 드리워졌나보다.

★★☆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활용하였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제작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 
  1. 이런 특성은 나이트메어 시리즈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면서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특성은 원작자의 의도하고는 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시리즈가 더해갈 수록 가벼워지는 사실을 개탄한 웨스 크레이븐이 뉴나이트메어를 찍으면서 종지부를 찍었으니 말이다. [본문으로]
  2.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의 성공적인 리메이크에 자꾸 비교된다. 13일의 금요일에 이어 나이트메어마져도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은 리메이크에 대한 기대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든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