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투스의 심장 _ 결과보다는 과정

브루투스의 심장 (2007, 1989)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의 1989년 작. 20여년간 글을 써온 그의 작품군 중에서도 초기작에 속하는 작품이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타쿠야는 성공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집착은 자신이 근무하는 대기업의 사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결실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결실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한 여자로 인해 실패할 위기를 맞게되었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이 이 여자로부터 협박을 당한 또 다른 두 남자의 등장. 세 남자는 자신의 앞 길을 막는 이 여자를 살해하기로 계획하는데...


범인과 트릭을 독자에게 미리 드러내놓고 진행하는 추리소설을 '도서형 추리소설' 이라고 한단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와같은 특성을 보이고 있는 추리소설이다. 그리고 그런 특성은 지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 라는 작가가 보여준 작품 속 성향과 꽤 궁합이 좋아 보인다. 아니, 초기작이니만큼 이 때부터 이미 그의 성향은 어느 정도 결정 되어졌는지도.

추리소설은 독자입장에서 봤을 때 상당히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문학이다.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거쳐 사건을 밝히게끔 구조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독자는 논리적인 사고에 대해 능동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아닌 과정을 그냥 지켜보기 마련이다. 그리고 짐작할 수 없었던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의 쾌감을 즐길 뿐이다. 상당 수의 경우 과정은 개연성만 충족되면 충분할 것이었다.(추리문학에 익숙해져서 논리적인 단계를 거치지 않고 결과를 짐작하는 것은 논외) 그리고 작가들 역시 그런 독자들의 요구에 맞춰 과정의 일부분을 늦게 밝힌다거나 생략하기도 한다.
다만 이런 특성은 한 가지 전제조건에 기반하고 있는데, 미스터리의 비밀을 밝히는 것, 즉 트릭과 범인의 정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추리소설 장르에서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이런 특성이 문학적 한계를 지어온 것도 사실이다.

'도서형 추리소설' 이라는 형식은 고전적인 스타일과 다르다는 점 이외에 의도적으로 과정에 시선을 돌렸다는 점에서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스포일러가 될까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언급하진 않겠지만 이 작품은 서론에서부터 계획되어지고 실행 된 한 살인사건을 통해서 관련된 용의자와 피해자, 그리고 제 3자 간의 관계를 통해서 드라마를 형성하고 있다. 살인사건에 관계된 용의자들의 긴장감과 계획에서 어긋나버린 상황, 그리고 감춰진 진실 등을 통해 단순히 밝혀지지 않은 사실 외에 것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가 자체의 특성이 되버린 듯 하다. 이후에도 동기와 관계에 대해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많이 나와줬으니까. 국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용의자 X의 헌신' 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았던가?

여담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작가의 글쓰기가 상당히 기능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마치 시나리오를 읽은 듯 한 느낌이랄까. 구조적인 면에서 군더더기가 없다. 필요없는 상황이나 캐릭터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풋. 스포일러가 될지도.

여러 작품 중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 의 성향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일 듯 싶다. 많지 않은 분량 속에서 충분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잠시 시간을 할애해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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