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에 대한 추억



18,19일 2부작으로 EBS '극한직업' 에서는 '연탄공장' 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연탄.

21세기의 지금, 원자력 발전소다, 친환경 에너지다, 여러 이야기는 많지만 여전히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다. 심지어 같은 화석연료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도시가스' 라는 훨씬 편리한 혜택을 누려온지 10년이 훌쩍 넘었건만 '도시가스' 의 전국 보급율은 아직까지 70%도 넘질 못하고 있다. '도시가스' 사업이 80년대 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더디게 느껴질 정도이다. (물론 많은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곤 해도 이용자의 체감은 원래 편협한 것이다)

이용자의 입장에선 왜 편리한 시설이 아직도 완벽하게 확충되지 않았는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진 모르겠지만 그 가운데 생업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계기가 된 것이 이번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단순히 고생하는 모습 뿐만 아니라 수십 년간 같은 업종에 종사한 전문가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집은 90년대 중반까지 연탄 불을 이용했다.
80년대 초반부터 살아온 연립주택은 당연하게도 연탄 보일러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까지도 연탄보일러를 갖춘 집에서 살아왔으니 연탄을 갈고, 허옇게 타버린 연탄 재를 버리고 오는 잔심부름 정도는 질리게 많이 해왔다. 지금이야 밸브와 스위치 하나로 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환경이지만 그 때는 짜증내면서도 추운날씨에 연탄재를 버리고 와야하는 것을 익숙하게 느끼던 때였다.

10여년 동안 편안하게 살아오다보니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
뭐, 인간이 그런 것이겠지만.
여전히 힘들게 일하면서도 향후 '연탄' 이라는 것의 필요성이 사라져 실업자가 될지도 모를 상황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노라니 그냥 막연히 옛 생각도 떠오르고, 흔히 말하는 '좋은 환경' 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좋은 환경' 이 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드누나.

EBS '극한직업' 이라는 프로그램에 어울리게 참 치열하게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측은함도 느끼지만 존경심도 함께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게다. 다만, 이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다른 직업에서는 '전문성' 과 '장인정신' 과 같은 느낌이 주로 느껴졌다면 이번 '연탄공장' 에서는 우리의 삶과 밀착된 모습을 통해 남다른 공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듯 하다.

연탄.
오랜 시간 추운 겨울을 나는데 도움을 주었던 것이기도 하며, 다타버린 재조차 미끄러운 눈길에서의 사고를 막아주기도 했던. 이제는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겨져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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