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편협하게 그리고 불편함

1. 어렸을 때 나는 음악에 대한 세대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이먹었다고 유행하는 음악을 모른다는 것은 단순 자기관리 부실이라고 생각했다.
어? 그런데 내가 막상 이해하지 못했던 세대가 되다보니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2. 변명을 하자면, 우선 나이가 들수록 관심을 가져야하는게 너무 많아진다. 관심의 폭은 넓어지되 깊이는 얕아진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해가는 현실에 뒤쳐지게 되었다. 정말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라면 간신히 뒤쫓고 있다지만, 음악이라는 것이 관심 순위 상위에 랭크되어있지 않는 이상 흐름에 발맞춰 가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어렸을 땐 세대변화의 무거움을 인식하지 못했나보다.

3. 더 큰 이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 난 음악에 대해 불감증을 앓고 있다. 그 기간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10여년 정도 된 듯 하다. 전혀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난 음악을 들을 때 뮤지션을 보지 않는다. 그냥 우연찮게 알게 된 음과 리듬이 내 귀에 맞는다면 그냥 그걸 듣는다. 뮤지션과 곡명은 그 곡을 찾기 위해서 알아야만 하는 것이지만 사실 별 관심이 없다. 곡을 찾게되어도 같은 뮤지션의 같은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을 들어보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찾던 그 곡만 듣는다. 국내 음악이라면 가사 정도는 들으면서 음미해 보기도 하지만 큰 비중을 두진 않는다. 누군가가 보기엔 그냥 반쪽짜리 음악을 듣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하지만 음원을 찾는 것은 음악사이트의 유료컨텐츠를 이용한다. 국내에서 저작권 등록이 안된, 그래서 구할 수 없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OST의 경우 경로를 따라가기도 하지만.)

4. 나도 한 때 좋아하는 뮤지션에 열광하고 같은 앨범을 수없이 반복해서 듣던 때가 있었다.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매일 청취하고, 음반을 선택하는 기준은 뮤지션일 때가 있었다. 그 때가 중,고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당시 헤비메탈과 락음악에 빠져있을 때였는데 없는 살림에 테입을 꽤나 많이 모았었다. 세자리 수를 훨씬 넘었으니 어린 나이치곤 투자를 많이 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쯤 그 테입을 모두 불태웠다. 그냥 태운 것도 아니고 악의에 찬 느낌으로 릴을 죄다 빼내어 태워버렸다.
음악에 대한 견해가 지금처럼 바뀌게 된 것은 그 때가 기점이 아니었나 생각이든다.

5. 언급한 것처럼 음악을 직접적으로 듣기위해서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도 내가 듣는 음악의 대부분은 어떤 작품의 OST 의 형태를 띈 것이다.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그렇게 음악에 대한 한계를 지고 산지도 꽤 되었다. 아아 그러고보니 어느 땐가 스윙에 이끌려 재즈를 들어보려고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인 적도 있었으나 깊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어쨋든 현재는 꼴리는대로만 음악을 듣고 있는 중이다.

6. 그러다보니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모토라고 생각하는 '다양성'의 취지에 잘 안맞는 같아 신경이 쓰인다. 무언가에 대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내 꿈이 향하는 곳과 다른 듯 하여 불편하다. 하지만 몸은 편하고 익숙한 것으로만 가고. 채찍질이 부족한 것인지, 그냥 의지가 부족한 것인지. 에라 모르겠다.
내 꿈? 내 꿈은 누구하고나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다.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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