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호형사 - 신선하다

 

부호형사 (2005, 10화)

감독 : 나가에 토시가즈

각본 : 마이타 코지

★★★★

 

부호형사 Deluxe (2006,, 10화)

감독 : 츠네히로 죠타

각본 : 마이타 코지

★★★

 

 

'후카다 쿄코' 주연의 형사물.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작품의 원작이 '츠츠이 야스타카'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사실 그의 옛날 단편소설이 최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알려지기 전까진 그에 대해서 잘 몰랐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원작소설도 다시 출판되었고 그에대한 가치가 재조명되었다. 일본에서는 3대 SF 작가로 명성이 자자하다고 하는데 이런 장르의 작품도 썼다는 것을 보면 그의 구상력이 감탄스럽기도 하다.

아! 국내에 알려진 계기가 되었다는 애니메이션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다.

 

이 작품은 상상을 초월할만큼의 대부호의 손녀가 경찰이 되면서 시작된다. 그것도 단순 경찰이 아닌 형사로 말이다. 나름 총명하기도 하지만 세상물정 모르고 곱게 자란 아가씨가 난해하거나, 일반적인 방법으로 수사가 곤란한 사건을 재물의 힘을 빌어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신선한 캐릭터

기본 설정을 보자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부호 豪' + '형사 事' 라니. 왠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다.

으레 형사라하면 '강철중'의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정의감이 투철한 직업인 듯 하면서도 항상 돈의 유혹으로 부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있는 직업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 형사는 애초에 부패할 가능성을 배제한, 오직 정의를 위해서 일할 그런 형사인 것이다. 1억엔 (현재 환율상으론 13억 정도 되겠군) 정도는 돈으로도 생각안하는 그런 형사라니. 게다가 헬기를 타고 출근을 한다. 애초에 그런 재물을 갖고있는 사람은 형사라는 직업을 고려조차 안할테니 정말 짐작하기 힘든 단어의 조합이다.

 

게다가 이런 돈많은 형사가 갓 성인이 된 아가씨다. 대부호인 할아버지 밑에서 세상물정 모르고 자란 탓에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돈의 가치에 대해선.

그런 그녀가 오직 나쁜 놈을 잡아들인다는 일념하에 경찰이 되었고 상식적이지 않은 사고 덕분에 여러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캐릭터만 보자면 흥미롭다 못해 당황스러울 정도다. 더불어 주인공 캐릭터 못지않게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캐릭터들이 주위에 다수 포진해있다. 전형적으로 이기적인 성향을 보이는 중간관리 캐릭터 조차 다른 캐릭터들과 상호작용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명백히 캐릭터 중심의 구조를 보이고 있고 그 가치를 높게 평할 수 있을만큼 캐릭터들은 매력적이다.

 

이야기도 부족하지 않다

캐릭터 중심의 구조를 띄고 있다고 해서 이야기를 부실하게 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총 10화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사건을 보여주는데, 범인과의 심리전을 보여주기도 하고, 괴도를 등장시키기도 하며, 유괴사건, 조직폭력, 범인은 분명한데 범죄사실 자체를 입증해야하는 등의 다양한 사건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더불어 일본 특유의 정형화된 틀을 반복연출하는 것 역시 이 작품에서는 코믹한 요소로 잘 활용되고 있다. (김전일이 사건을 해결하기 직전 자기 할아버지 이름을 언급하는 식의 반복되는 대사 및 상황연출 하는 것을 말함. 이를테면 작품 속에선 수사회의 중 조심스레 손을 들어 끼어드는 대사나 범인체포 후 비극적인 범죄상황에 대해 슬프다는 식의 감정을 이입하여 멋대로 퇴근해버리는 연출 등이 있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이야기의 독특함을 이루는 백미인데, 제목처럼 재물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괴도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선 미술품을 훔치기로 예고한 괴도를 막기위해서 더 비싼 미술품을 함께 걸어놓아 괴도가 무엇을 훔쳐야할지 당황할 때 체포하자고 제안하는 식이다.

즉,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일.부.러. 가래로 막는 식인 것이다. 이로인해 호텔을 통째로 사버린다거나 더 잘나가는 회사를 아예 세워버린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며 그로인한 현실과의 괴리감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서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

 

또한 모순적인 괴리감을 활용하는 방법은 마무리할 때까지 철저하게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엔딩을 연출하는 모습이 바로 그러하다. 엔딩곡은 리메이크 곡으로 오이카와 미츠히로가 부른 사랑의 메모리라는 곡이다. 이 곡은 주인공인 칸베 미와코가 지극히 감성적인 캐릭터라는 사실과도 잘 어울리는 그런 곡인데(음악에 대해서 아는바가 짧아 어떤 장르라고 지적하기 어렵다), 곡과 함께 나오는 이미지는 마치 하드보일드 탐정물을 연상시키는 느낌을 주면서도 감성적인 것을 건드리고 있어 황당하면서도 모순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뭔가 그럴싸한 이미지가 엿보이지만 그냥 칸베를 갈구는 상사일 뿐.

 

더나은 속편 없다더니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았던터라 이듬해 제작된 '부호형사 Deluxe' 의 등장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전편에서 완성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다양했던 사건들도 일정 기준 아래 획일화 시킨 느낌이 있어 그 가치는 더 떨어지게 되었다. (그 기준은 사건 자체에 있다기보다 일괄된 형태의 해결방법에 맞춰가는 느낌이 있었다) 마치, 영웅으로 죽을 수 있는 것을 억지로 심폐소생술을 펼쳤더니 식물인간으로 살려놨더라 같은 느낌아닌 느낌?

 

디럭스판 도입부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칸베가 할아버지와 사는 저택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다) 단지 겉모습만 더 치장했을 뿐이지 전편보다 나아진 구석은 찾기 힘들었다. 그냥 전편의 특성을 다시 즐겨보다는 정도에 만족할 수 있을 듯. (전편 포함해서 20화나 되는 분량에서 계속 반복되는 상황에 질리지 않을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그럭저럭)

 

분명 이 작품을 두고 그냥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상식을 거스르는 상상력과 그에 기인한 유머는 충분히 가치가 있어보인다. 기존 완성된 틀을 벗어나지 않는한 또 다른 속편을 기대하기란 어렵겠지만(실제로 안만들고 있고) 이와같이 생각지 못한 발상을 이루는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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