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갈릴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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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2008)

감독 : 니시타니 히로시
각본 : 후쿠다 야스시


원작소설은 물론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던 시리즈물을 영화화하였다.
원작자인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의도치않았다 하더라도 갈릴레오라는 인물을 소재로 하여 제작된 드라마로 인기를 얻었던만큼 동일한 컨셉의 이 작품이 또다시 영상화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일 듯 하다.

등장하는 주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드라마 '갈릴레오' 리뷰에서도 언급하였으니 생략하고, 본 영화를 관람하는데 있어서 생기게 될 수 있는 관점은 갈릴레오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어떤 작품을 먼저 보았는지에 따라 특징지을 수 있을 듯 하다.
이 영화가 나오기에 앞서 동일한 캐릭터와 컨셉을 반영한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과 드라마가 있었다. 책,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진 이 이야기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매체에 따라 그 느낌이 다 틀리다고 여겨진다. 고로 먼저 어떤 작품을 접하고 이 영화를 봤는지, 혹은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하는 이야기인지에 따라 관객이 느끼게 될 점은 다 틀릴 것이라고 보아진다.

먼저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한 관객이라면 그냥 무난한 미스터리 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야기의 완성도는 높지만 자극적인 요소가 적어 단순 재미를 추구하는 관람이나 미스터리 장르에 관심이 없는 관객이라면 지루하게 느낄 가능성도 있다. (개인적으론 드라마에 비해 기름끼를 뺀 담백한 느낌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되었다.)

반면 드라마를 먼저 접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꽤나 심심할 수 있다.
드라마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드라마는 원작을 각색하면서 설탕물을 좀 발랐다. 캐릭터 성을 좀 더 과장되게 표현하고 순간의 이펙트를 강조했다. 비주얼이든 구조적인 문제든 자극적으로 포장을 했기에 분명 재미있는 드라마로 적절히 탄생했고 좋은 결과를 낳았다. 그에 반해 영화는 드라마의 자극적인 요소를 걷어내버렸다. 대신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간의 관계에 대해 집중했다.
유카와와 이시가미간의 관계, 이시가미와 하나오카간의 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그렇다보니 드라마에서 보여준 유카와의 임팩트있는 모습과도 멀어지고 관객으로 하여금 미스터리 영화를 보면서 로맨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결과가 되버린 것이다. 유카와와 이시가미의 애틋한 우정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드라마에서 톡톡 튀는 모습으로 재미를 제공했던 우츠미의 비중도 상대적이든 절대적이든 비중이 줄어들고 말았다. 여러모로 관객을 자극할만한 기존 요소들은 버렸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보니 드라마를 보았던 관객들은 뭔가 싱거운 느낌을 받지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원작을 보고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뭔가 빠진 듯 하지만 유사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과장된 연출을 제외시킨 영화는 드라마보다 좀 더 원작에 가까운 듯한 느낌을 전한다.
하지만 드라마 이야기를 할 때도 언급했지만 원작의 모든 이야기를 영화에 다 담을 수는 없다. 분명 걸러져야 하는 것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특정 에피소드와 관련된 것보단 분위기가 걸러진 듯 하여 아쉽다. 이 영화가 그래도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장르의 영화로써 긴장감을 유도하는 주된 구도는 천재 물리학자와 천재 수학자간의 대결 구도에 있다. 원작에서는 감추려는 자와 밝혀내려는 자간의 긴장감이 잘 묘사되어 있던 것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되어지는 것 같지 않다.
단순 배우의 연기문제나 감독의 연출문제라고 보기는 어렵고, 영화 전반적으로 전해오는 정서적인 문제가 아닌가싶다.

아무튼 영화는 전반적으로 모든 관객을 아우르는 작품은 아니었던 듯하다.

영화는 구조에 민감한 미스터리 장르로써 충분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고 (원작의 영향이 크긴하지만) 배우들도 관록있는 배우들로 안정감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일본 특유의 강조하는 느낌이 적어 더 좋다) 하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기존 이미지가 강해 (특히 드라마로 인해) 관객의 평가는 갈릴 듯 하다. 기존 드라마와 동일한 연출가가 담당했지만 (갈릴레오 제로는 다름) 이번 작품에서는 왜 다른 느낌의 정서를 전달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무래도 전체적인 사건의 동기가 되는 이시가미의 사랑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이시가미의 희생어린 사랑에 초점을 맞추려다보니 부득이한 감독의 선택이지 않았나싶다.
원작도 다소 발랄한 드라마의 느낌을 살리기엔 분위기가 좀 무거웠던 편이기도 하고.

요즘 분위기상 정통 미스터리 장르는 영화로 제작되는 것이 많진 않다.
스릴러에 크로스오버되어 활용되거나 하는 정도?
그런 상황에서 이런 영화의 등장은 반갑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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