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다큐멘터리 3일 - 마음의 지도, 남해 독일마을에서의 3일
보는 것 2010. 9. 13. 18:00
다큐멘터리 3일 - 마음의 지도, 남해 독일마을에서의 3일
과거 6-70년대 독일로 이주하여 광부와 간호사로 일했던 아버지 세대들이 귀국하여 정착하고 있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일 교포 1세대로 원하든 원치않든 이국 땅에서 수십 년간 살아온 이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 마냥 귀국하여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었다.
얼마 전에도 다큐멘터리 3일은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사할린 한인 정착촌 '고향마을' 에 대해서 보여줬었다. 가족과 헤어지면서까지 향수병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 향수병을 이기고자 외로움을 감수해야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나서 이제는 다른 이국에서 같은 문제를 경험해야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 언젠가 극장에서 대한뉴스를 통해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가? 이처럼 남겨진 기록으로, 혹은 줏어들은 이야기로 새겨진 어렴풋한 기억은 오늘에와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담담히 과거를 되새겨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분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평온한 표정과는 일치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가족과 나라를 위해서 행한 발걸음이지만 스스로는 울음을 삼켜야하는 현실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물론 아버지 세대 가운데 고생안하신 분이 어디있겠냐만은 이 분들은 최소한 고향 땅을 밟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리고 노년에 이르러서야 자신들의 발목을 붙잡던 현실에서 벗어나 귀향을 이룰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수십 년의 이국생활을 마치고 고국에 정착하게된 이 분들의 모습은 밝아보였다.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일까, 젊은 시절의 힘들었던 시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같은 고충을 겪어온 이들과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일까. 이 분들의 표정엔 젊은 시절의 고생이 남아있진 않았다. 노년의 여유를 충분히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분들이 젊은 시절에 겪은 고생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것이고 다행스러운 것이기도 했다. 당시 해외에 파견된 인력이 국내로 송금한 금액이 1억 5천만 마르크, 총 수출액의 30%에 달하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그 돈으로 우리나라가 이만큼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카메라 앞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향 땅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은 좋아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극복하기 힘든 갈등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향수로 인한 마음 속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왔건만 고향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고향이 아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공허함을 채우지 못하는 문제는 여전한 것이었다. 태어나고 자란 한국과 고국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온 독일 사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확인받지 못한 채 평온한 삶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쯤 치유받을 수 있을지 기약도 없이 말이다.
이곳은 '독일마을' 이라고 명명된 것처럼 이국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관광객들이 잦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런 마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앞서 젊은 시절을 가족과 나라를 위해 몸바쳐 일한 사람들의 휴식처이다. 조용히 노년을 마무리짓기위해 귀국한 분들이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이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인다. 실제로 인터뷰 중에 한 분은 가벼운 불만을 보이시기도 했다. 애초에 이 마을을 개발한 것은 관광지를 위한 것이었던가? 나라에선 이 분들을 구경거리로 만들기 위해서 불러들인 것인가? 이곳은 테마파크가 아니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관광지도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곳이다. 나라도 플래쉬를 터트리며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썩 유쾌하게 받아들이진 못할 듯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국적인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하겠지만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고생 끝에 마지막 쉼터를 찾아온 이들에게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고향이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 아닐까.
마을을 찾는 이들 중에 이 분들의 과거에 작은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면 약간의 위로가 될 수 있을런지. 이 분들이 나름 기대하는 것도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낯선 곳에서 공허함을 달래지 못하고 있는 이분들이 빨리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처럼 쉴 공간을 찾아 귀국하신 분들의 정착 마을이 또 있나? 고향마을과 독일마을이 있는데 다른 마을이 없으리란 법도 없고. 혹시 알고 계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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