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KBS드라마스페셜 - 나는 나비, 결국 가족이야기
보는 것 2010. 9. 13. 06:00
KBS 드라마스페셜 - 나는 나비
황의경
이현주
김희원/김선경/최일화/류상욱
모범수로 외출이 허락된 7329 서윤희. 그녀를 감찰하기 위해 동행한 강무성은 느닷없이 도망치기 시작한 서윤희의 뒤를 쫓는다. 모범수로 잘 생활해오던 서윤희에 대해서 조사하던 중 그녀의 과거와 그로인한 감춰진 사실을 알게되는데......
아내와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는 강무성은 아들에게조차 찌질한 아빠로 취급받을 정도로 무력한 남자이다. 교도관으로 일하고 있지만 승진과는 거리가 멀고, 학부모로서 역할도 충실하지 못하다. 그런 그가 감찰하던 죄수를 놓치게 된 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문제를 원위치시키기 위해 부단히 뛰어다니는 수 밖에는.
이 드라마는 한 마디로 어느 찌질한 남자가 부단한 노력으로 이룩한 영웅담이다. 그리고 이러한 테마로 이뤄진 이야기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로 낙인찍힌 이가 개인적인 동기로 목표를 향해 노력한 결과가 의도치 않게 영웅적 행위로 평가받는다는 수순을 밟아가는 것은 이 드라마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런 평가를 받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묘사되진 않는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극 중에서 원수처럼 지내는 상사의 태도 변화와 시청자가 내리는 평가는 동일한 효과를 지닌 것이었다. 어느 모범수의 일상을 복귀시켜놓았으며, 한 생명을 구했고, 비뚤어진 과거를 밝혀낸 그의 행위는 그가 원치 않았어도 타인들에 의해 그 가치를 인정받을만한 것이었다.
한 편의 미스터리 스릴러로써 장르적 역할을 지닌 이 드라마는 묘하게 다른 이미지를 보이기도 했다. 극 중 인물들의 동기와 관련해서인데, 그 동기는 가족과 연결되어 이 드라마 자체가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모범수 서윤희가 무모한 행동을 주저하지 않았던 동기에는 그녀의 아들이 있었고 그것을 파괴하려는 병우는 서윤희로 인해 아들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강무성 또한 서윤희를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동기에는 아들이 있었다. 수십년 동안 아들을 잃은 분노를 잊지 못하는 아버지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아들을 보호하려는 한 어머니가 있었고 그녀의 동기에 공감하여 그 모자를 보호하려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들 모두는 '가족' 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느끼고 행동하고 있었다. 또한 제목에서도 말하는 '나비' 는 극 중에서 가족간의 연결점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서로 가족이라는 증명도구임과 동시에 아련한 가족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었다. 게다가 강무성에게 주어진 보상이 단절되었던 가족애의 회복이라는 사실 또한 이 드라마의 본질을 드러낸다.
미스터리 스릴러로써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구조는 나쁘지 않다. 쫓고 쫓기는 관계 속에서 과거의 미스터리가 드러나는 구조는 평이하지만 일정 수준의 질 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그렇게 보여지는 이야기가 논리적 구조에 의해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닌 일부분 우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좀 아쉽게 느껴진다. 정서적으로 극적인 연출을 유도했다기보단 어느 순간 드러난 구조적 빈약함을 메꾼 것으로 보여져 그러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미스터리를 즐기기에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담담하게 소박함을 드러낸 결말 또한 좋은 느낌을 주는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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