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사기 - 완성되었는가?

쿠로사기 극장판 (2008)

감독 : 이스이 야스하루
각본 : 시노자키 에리코


2006년 방영되었던 드라마에서는 원작과는 조금 다른 컨셉을 보여줬었다. 쿠로사기의 내면을 좀 더 들춰
낸 것이 특징이었는데, 그런 특성과 원작에서의 캐릭터를 좀 더 특화시켜 쓸만 한 캐릭터를 완성시켰었다.

그로부터 2년뒤,
극장판으로 제작된 '쿠로사기'는 (작품 명과 캐릭터 명이 동일하기에 작은 따옴표로 작품 명을 별도로 구분함)그런 드라마 특성을 좀 더 심화시켜 다루고 있다. 그 결과 드라마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선다.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글쎄?

쿠로사기라는 캐릭터는 매체에 따라 캐릭터성이 각기 차별되어 왔다. 원작에서 사건해결 위주로 비교적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였다면 드라마에서는 개인의 사연을 부각시키고 로맨스 라인을 결합시켜 좀 더 감정이 풍부한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드라마에서 부각시킨 점을 좀 더 강조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내면에서 그가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를 끊임없이 고민하게끔 만들고 있다.

그런 특성 때문에 영화에서는 드라마에서 활약하던 상당 수의 캐릭터들의 비중이 대폭 줄어들었고, 명백하게 쿠로사기-카츠라기 간의 관계가 매우 강조되어 보여진다. 둘이서 시저놀이를 하는 것은 그런 관계적 특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듯. 쿠로사기가 자신의 일을 계속하게 된다면 마지막 골인 지점엔 카츠라기가 있음은 분명할 터, 그와의 관계를 조명하면서 계속해서 사기꾼들을 사냥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통찰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복수로 인해 움직이는 쿠로사기가 자신의 인생을, 평범한 청년으로서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선택도 가능할 것이다. 원작에서는 고려하기 힘들었던 사실이지만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감각을 적용시켜 다양한 가능성을 살리고 있으며 그런 점은 환영할 만한 요소라고 여겨진다.

다만, 쿠로사기가 그렇게 고민하고 주위에서도 고민하게 만드는 동안 쿠로사기의 활약을 기대한 관객들은 좀 심심할지도. 물론 영화 속에서도 사기꾼이 등장하며 여전히 그들을 잡아먹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 사건 조차도 쿠로사기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번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명백하다. 향후 드라마, 영화제작 계획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는 앞으로의 캐릭터를 확정시키고자한 중요한 과정이 된 듯 하다.

원작도 2부로 넘어가 기존 흐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듯 하다. (아직 못봤지만)
쿠로사기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이런 과정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캐릭터에 흥미로 드라마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론 원래 드라마 캐릭터를 좋아하진 않았기에 그다지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사건 해결을 위한 액티브한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적어 심심한 느낌을 부정하진 못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