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안먹어도 배부르다


지난 일요일에는 영등포 평생학습관에 다녀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다녀오는 곳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이 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유인즉슨 영등포 평생학습관이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3월1일부터 7개월 간 휴관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빌렸던 책들을 반납하기 위해 방문했었습니다. 이후로는 동작도서관을 이용하기로 결정했었죠.


그런데 막상 방문하니 관외대출실 문에 새로운 공지를  붙여놓았더군요. 장기간 휴관을 이유로 오늘까지(2월27일) 1인당 20권의 책을 장기간 대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빨리 반납하고 동작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던 마음이 싹 가셨습니다. 그리고 대출할 책을 서둘러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상당 수의 신간들은 사람들이 빌려간 모양인지 서고가 황량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이유때문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이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한지 25년이 되었지만 이토록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허헛.
사람들마다 손에 한가득 책을 안고 또 다른 책을 고르기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모를 뿌듯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요즘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편이니까요. 제 주위에도 일 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어쨌든 평소 눈여겨 보았거나 만만치 않은 볼륨으로 미뤄두었던 책들을 위주로 고르던 중 한가지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20권의 책을 빌리더라도 집까지 갖고 갈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빌린 책을 반납하기 위해 메고 온 백 팩은 20권은 커녕 10권의 책도 안들어갈 크기였습니다. 어디서 노끈이라도 구해 묶어서 들고가려해도 당시 날씨는 협조해주지 않았습니다. 굵은 빗줄기 뿐만아니라 바람까지 새차게 불어 우산 조차 무용지물인 상태였으니까요.
결국 백 팩에 9권의 책을 간신히 끼워넣고 서둘러 귀가했습니다. 그리고 큰 등산가방을 메고 다시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쉽게 오지않는 장기간 대출인데 놓칠 수가 없었지요. 마치 세일 마지막 날에 마트를 향하는 아주머니의 마음이랄까요. 하하핫.


그렇게 남은 11권의 책도 대출하여 현재 제 방 한 귀퉁이에는 20권의 책이 쌓여있습니다. 이외에 소장하고 있는 책 중 아직 보질 못했거나 다시 보려는 책들까지 합치면 40여권의 책이 쌓여있는 셈입니다. 그렇게 쌓여있는 책들을 보노라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군요. 히죽.
뭐, 도서관 측에서는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18만권이 넘는 도서의 일부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좀 더 여유롭게 많은 책들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게 배부르게(?) 지내고 있습니다.




덧붙여,
현재 서울시교육청 산하의 공공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에서 대출할 수 있는 도서는 총 30권입니다.
각 공공도서관에서 일정기간 내에 대출할 수 있는 도서의 수는 각기 다르지만(예 : 영등포 7권, 동작 4권 등) 중복이용이 가능하기에 여러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여 30권 내의 책을 대출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과 각각의 공공도서관은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니 자세한 서비스 내용은 링크된 사이트를 방문하셔서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 통합 평생학습관/도서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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