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군발/군집성 두통에 관하여


우선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주축으로 전문의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인터넷, 서적 등을 참조해서 쓰여진 것임을 밝힙니다. 전 전문의가 아닌 그냥 환자일 뿐이지요.



이러한 글을 발행하게된 이유는 이와같은 증세로 고통받고 있으나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몇 해전에 군발두통과 관련된 글을 블로그에 게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떤 분께서 메일로 문의를 주셨었죠. 아버님께서 전혀 듣도보도 못한 증세로 힘들어하신다며, 관련된 정보를 물어오셨습니다. 저도 그 고통을 이해하기에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성심껏 알려드렸습니다. 흔한 형태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 역시 처음 통증이 있고나서 수년 동안 병명도 모르고 지냈었거든요. 수년 동안 MRI 만 두 차례 촬영을 하고 CT도 여러차례 찍었었죠. 하지만 어떤 의사도 원인을 모르고 진단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처음 CT를 찍었던 병원에서는 종양 같다는 오진을 내리기도 했었습니다. 다들 신경과 전문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도 몰랐던 것입니다.


이처럼 생소하기 때문에 그냥 고통을 견디고 있을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제 경험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 정의
제목에서 말하는 군발두통(cluster headache), 혹은 군집성 두통은 말 그대로 두통의 한 증세입니다. 그 특징은 이름에서 쉽게 드러나는데 한마디로 '두통 증세가 몰아서 나타나는 것' 입니다.
수 주에서 수 개월에 걸쳐서 매일 증세가 나타나는 것인데 저의 경우 2-3개월간 유지되곤 했지요. 그렇게 증세가 유지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증세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수 개월에서 수 년 후에 또 다시 증세가 재발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조사한 정보에 의하면 주로 봄, 가을에 발생한다고 하는데(계절적 영향이 있음) 저의 경우 주로 봄에 증세가 발생했었습니다. 그리고 1000명에 한 명꼴로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여성보다는 남성의 발병률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원인
원인은 밝혀져있지 않습니다. 검색을 통해 알려지는 정보에서도 어떤 현상을 통해 증세가 나타나는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그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는 정확히 알려주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전문의 의견은 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적인 원인이 되진 않겠지만 대략 70%의 확률로 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의 경우 증세가 발생했을 때 술을 통해 추가적인 통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합니다.[각주:1]


또한 현재는 이 증세를 치료할 방법이 없습니다. 한 마디로 불치병입니다. 통증이 왔을 때 통증을 완하시켜 줄 순 있지만 증세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줄 방법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저의 경우 2001년도 처음 증세가 발생하였는데 2010년의 현재까지 이 상황을 그냥 안고 살아갑니다. 그 기간 동안 총 5번 증세가 발생했고 올 봄에 증세가 발생한 것이 가장 최근의 것입니다. 그리고 1-2년 뒤엔 또 증세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대라고 말하니까 좀 우습군요.



- 증세
증세는 일반적인 두통이나 편두통과 조금 다릅니다.
우선 특정 방향의 머리에서만 통증이 나타나는데 저의 경우는 오른쪽이었고 재발했을 경우에도 같은 방향성을 띄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종 바뀌는 사례도 있다고 하는군요.
주로 눈 주위와 관자놀이 부근에서 통증이 느껴지는데 통증의 강도는 한 마디로 끔찍합니다. 통증이 오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마치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특징이기도 한데, 실제로 송곳으로 찔러본 적은 없지만 정말 그렇게 한다면 유사할 것으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전문의에게서 들은 바로는 통증을 못견뎌 자살한 사례도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작년에 급성복막염때문에 배를 끌어안고 떼굴떼굴 구른적이 있었는데요, 그와 유사한 강도의 통증이 매일 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직접 얘기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같은 증세로 통증을 경험한 분들 역시 최고 등급의 통증이라고 언급하시는 것 같더군요.


그 외 증세는 눈 주위에서 통증이 일어남과 함께 안압(눈에 가해지는 압력)이 느껴지고 충혈과 눈물, 콧물이 동반됩니다. 두통이지만 눈에 보여지는 증세가 있기에 남들이 보기엔 정말 많이 아픈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눈물을 흘리니까요. 사실 통증과 함께 수반되는 증세이지만요. 물론 실제로 많이 아픕니다!


이러한 증세는 짧게는 10여분에서 길게는 수시간까지 이어집니다. 저의 경우는 보통 1-2시간 정도 통증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통의 가장 큰 특징은 패턴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일 통증이 있으면서 특정 시간에 통증이 발생합니다. 생활리듬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사람이라면 거의 예외가 없습니다. 물론 그 시간대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도 발생할 때마다 그 시간대는 다 달랐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통증이 발생했습니다.
통증 자체도 견디기 힘든 것이지만 언제 통증이 발생한다는 것을 아는 것도 큰 고통입니다. 마치 사형수에게 눈을 가릴 것이냐 말 것이냐 물어보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통증이 오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두려워지게 되거든요. 여러모로 힘들게 하는 병입니다.


- 대처 방법
수 년동안 수 차례 걸쳐서 증세를 경험하다보니깐 이제는 통증이 올 것 같으면 증세가 심화되기 전에 그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죠. 담당의는 오랜만이라고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후훗.


앞서 언급한 증세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신다면 즉시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하십시오. 흔하지 않은 증세라 전문의가 아니라면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몇 년을 병명도 모른채 끙끙 앓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신경과 전문의에게 증세를 말한지 5초도 안되어서 진단이 바로 나왔습니다. 그만큼 증세도 독특하고 뚜렷하기에 판별하기도 어렵진 않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증세들이 대체적으로 일치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씀드리는 것이며 두통 중에는 심각한 원인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면밀한 검진이 필요합니다.[각주:2]


통증이 워낙 심한탓에 일상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제가 두번째로 재발하였을 때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당시 두 달의 병가를 받았으며 결국은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에 진작에 명확한 진단 아래 처방을 받았더라면 그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그에따른 처방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증세 발생 후 보통 4주에서 6주간 투약이 이뤄지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증세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그리고 투약하는 동안에는 약물 효과로 인해 통증이 없습니다. 투약하는 기간의 기준도 2주간 투약했을 시 전혀 통증이 없어야 함을 치료 기준으로 삼습니다. 투약 초반에는 한 두번의 통증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곧 통증이 없어지기 때문에 투약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하지 않습니다. (다만, 투약되는 약물 중에 스테로이드 제가 포함되기 때문에 그에따른 부작용은 있을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100% 산소흡입이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어 있습니다. 상담한 전문의가 알아서 처방해주겠지만, 이와같은 사실을 언급한다면 응급시 가까운 응급실에서 산소호흡을 할 수 있도록 진단서를 끊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난데없이 매일 두통으로 고생하시는 분이라면 위에 언급한 증세가 있는지 살펴보신 후 지체없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진단을 받으십시오.

- 안압과 충혈, 눈물, 콧물 증세
- 편향적인 통증
- 개인 차에 따라 두통 뿐만 아니라 편향적인 방사통이 있을 수도 있음(앞머리, 턱, 귀)
- 거의 매일 통증이 있으며 특정 시간 대에 발생함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병은 아닙니다. (통증을 못견뎌낸 사례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하지만 일상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귀찮은 병이긴 합니다. 게다가 치료법도 없습니다. 언제 증세가 완전히 사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안고 가야할 병입니다. 다행히 유전성은 없다는군요.
하지만 증세에 대해 충분히 알고, 능숙히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다면 큰 불편은 없습니다. 전 몇 년 전부터 증세가 나타나면 그냥 올게 왔구나 생각하며 병원에서 약타다가 먹습니다. 그러면 통증으로 괴로울 필요도 없습니다. 혹시 이런 증세로 아무것도 모른채 고통받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상입니다. 질문 있으신 분은 덧글로 남겨주세요. 아는 한도 내에서 성심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 참고자료 : Harrison`s 내과학 1권(2003년 발행), 전문의 소견, 그 외 인터넷 검색자료. 인터넷에서 '군발두통, 군집성두통'을 키워드로 검색한다면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음
+ 한의원에서 동양의학을 통해 치료하는 사례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터라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또 그런 사례가 완치를 말하는 것 같지도 않았구요.

  1. 올해 재발했을 때 테스트를 해봤거든요. 약을 먹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술을 먹었을 때 통증이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서 술을 먹었지요. 그리고 엄청 후회했습니다. [본문으로]
  2. 저의 경우는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백병원 신경과를 다니고 있습니다만, 신경과 전문의라면 꼭 이 병원일 필요는 없겠지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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