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대통령에 대한 예우

내일 오전에 치뤄지게될 노무현 前대통령의 영결식에 앞서 여전히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많은 사람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않고 추모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을 보니 이런 상황 속에서도 묘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나보더라.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란 것은 당연하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 슬퍼할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노무현 前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견해와는 무관하게 단순히 방송에서 예능 프로그램이 결방했다는 이유로 고인을 비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꽤 놀랐다.

뭐, 그 중에는 노 前대통령의 자살과 예능 결방은 무관하다, 슬픔을 강요하지 마라, 현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처사할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 등 나름의 논리로 주장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어쨌든 다들 1주일간의 예능 프로그램 결방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흠.

나도 개인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공중파에서 보지못한 프로그램을 케이블에서 재방을 찾아보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 추모기간 동안의 예능 프로그램 방송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의문이 들지 않았다. 관련 기사를 본 것도 아니었지만 지난 주말부터 기다리던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않길래 그냥 방송사에 그런 입장을 보이는가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불과 몇 시간 전에 예능 프로그램 결방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원래 정보습득에 느리다) 관련 글들, 댓글들을 몇 시간을 투자해서 읽어보았다. 그냥 어리둥절 했다.

 

개개인의 바람과 기대는 이해할 수 있다. 저녁 시간에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소소한 기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기가 적절치 않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동방예의지국' 이라고 생각한다.

'禮'

작은 반도국가에서 '예'는 오랜동안 그 나라를 특징지을 수 있고 자랑스러울수 있는 중요한 약속이었다고 생각한다. 죽음과 관련지어서는 수년간 부모님의 묘를 지키는 이를 칭찬하기도 하였고, 왕이 서거하셨을 때는 온 국민이 상복을 최소 수개월 동안 입기도 하였다. 물론 시대가 다르니 이런 한 것들을 법률로 정해서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前 대통령에 대한 예우' 가 법률로 정해져 있는 만큼 前 대통령에 대한 禮 를 지키는 것이 적절하다 보여진다. 어떤 분들은 그냥 예전 대통령이었던 것이지 지금은 일반인아니냐? 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신 듯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굳이 前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에 대한 권리는 상실했지만 명예는 살아있다고 여겨진다. 그런 대통령의 명예에 대해 존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前 대통령의 명예를 존중하는 것과 예능 프로그램과 무슨 상관이냐고?

흠, 딱히 명확한 증거가 있는 문제는 아닌 듯 하다.

다만 누군가의 죽음과 관련지어서 웃고 떠드는 언행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듯 하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한 국가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해온 대통령인 것이고  그에대한 반응 역시 국가적인 규모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일뿐이다.

누구는 분향소를 찾아 추모의 뜻을 보이는 이가 있는가하면, 누구는 온라인에서 추모의 글과 추모배너를 통해서 같은 뜻을 전하기도 한다. 그리고 기업적으로는 포탈사이트에서 메인페이지 구성을 달리 함으로 뜻을 전달하기도 하는 것이며 방송사에서도 나름의 방법으로 추모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할 순 없는 것일까?

 

인간의 삶이란 것이 자신의 욕망대로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있는반면, 그렇지 못하고 자의든 타의든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기기 마련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즐거움을 얻기를 바라왔지만 어느 땐가 그런 즐거움을 양보할 필요도 있는 것이겠지.

 

개인적으로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에대해서 좋을 것도 없고 싫을 것도 없다.

그가 어떤 스타일의 정치인이었다는 정도의 앎만 있었을 뿐, 편견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이 되었으며 그로인해 임기가 끝난 前대통령으로서 받아야 할 예우가 있다는 것은 안다. 더군다나 좋은 일도 아닌 서거했다는 소식으로 前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고자 한다면 난 일주일 뿐만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개인적인 소소한 즐거움을 양보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 (그렇다고 오랜기간을 장담할만큼 욕망을 잘 다스리는 도인은 아니다.)

 

'禮' 라는 것이 딱히 정확한 규범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에대한 느낌은 누구나 알지않나? 어떤 것이 예의있는지, 어떤 것이 무례한지 정도는 누구나 판단할 수 있을 듯 싶다.

거론되는 문제가 개인적인 취향에따라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禮' 라는 기준아래서 판단될 수 있고 그러길 바라는 사람이 더 많길 희망한다.

우리는 원래 그런 민족이었다.

 

 

 

'사는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바랍니다  (0) 2009.05.29
넋두리  (0) 2009.05.29
어라. 이 학교 출신중에도 연예인이 있었네  (0) 2009.05.27
연중행사  (0) 2009.05.27
今日  (2) 2009.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