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와는 다른 것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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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트 (2002, 10화)

감독 : 사토 토야
각본 : 키바야시 신


교통과 순사로 있던 쿠루미는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부서로 발령받게 된다.
미해결 수사본부 A별관이라 불리우는 그 부서로 발령받은 쿠루미는 상관으로부터 핸드폰으로만 지령을 받으며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자택 지하실에 수사본부를 마련하고 절대 그곳에서 나오지 않는 상관, 히무로 경시는 쿠루미가 조사해서 얻게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미해결로 치부된 여러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는.....이야기?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쿠루미( 후카다 쿄고 분)의 비중은 다른 캐릭터에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상당히 높다. 물론 이 드라마가 범죄수사물로써 구조와 과정이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는 드라마이지만 묘하게도 큰 재미를 주는 것은 어설픈 경찰인 쿠루미를 통해서 느껴지게 된다. 뭔가 부족하고 모자라보이는 그녀는 이야기의 감초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것을 넘어서 드라마의 본질을 덮어버릴 수 있을만큼 매력적이다. (이점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사실 쿠루미가 부족해보이는 느낌은 다소 상대적이기도 하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품고 있는 구조적인 면이라든가, 또 다른 주인공인 히무로의 성향에 대비되어 모자란 캐릭터로 비춰보이고 있지만 지극히 평범한 여성일 뿐이다.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혼을 꿈꾸고, 언제고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수사현장을 기피하고, 소소한 행복을 바라는 일반적인 여성일 뿐인 것이다.
그런 그녀가 다른 환경, 다른 사람을 통해서 점점 변해가는 모습은 조금 흥미롭다.
쿠루미라는 캐릭터 자체만 놓고 보자면 이 드라마는 성장 드라마로 생각해도 무리가 아닐 듯 하다. 언제고 경찰이라는 직업을 그만둘 것처럼 얘기하지만 어느샌가 자신이 현재 맡고 있는 사건을 해결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가진 수사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아! 그렇게 따지면 히무로 경시 역시 다를 바가 없겠군. 1화를 보자마자 이 캐릭터가 변해갈 과정이 눈에 선하게 보였던 탓에 큰 기대를 걸진 않았지만 어쨌든 히무로 캐릭터 역시 이야기를 진행해감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아니, 치료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쿠루미의 변화에 발맞춰가고 있다.
그래도 역시나 후카다 쿄고의 어리숙하지만 애교있는 모습이 이 드라마를 계속 지켜보게 만들었다는 동기는 부정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게된 직접적인 동기는 후카다 쿄고가 아니었다. 쿠루미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드라마를 보고 난 후의 문제인 것이고 이전, 이 드라마를 선택하게 만든 이유는 각본가에 있었다.
'키바야시 신'
각본을 이 사람이 맡았다고 한다. 원작자에도 이 사람 이름이 있고.
알고보니 이 사람 이름이 좀 많더군. 필명이.
그 중에 많이 알려져있고,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를 선택하게 만든 이름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바로 '아마기 세이마루' 되시겠다.
그 이름을 건 대표작은 아무래도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가 되겠군. 항상 자기 할아버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 어린 친구 말이다. 좀 똑똑하긴 한가보더만.
이 드라마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 이름 때문이었다. 기존 작품의 만족도 있었고 그로인한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 이름의 가치는 크게 두드러지진 않은 듯 하다.
기본은 하지만 캐릭터에 눌려버린 플롯이랄까.
쿠루미 캐릭터 뿐만아니라, 히무로 캐릭터 또한 배역을 맡은 도모토 코이치라는 배우로 인해 미소년의 이미지를 꽤나 전달하고 있으며, 그 둘의 관계 혹은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에 집중하게 됨으로 정작 마련된 미스터리 구조는 빛을 발하지 못하는 느낌이 강하다. 김전일 캐릭터 또한 강인한 이미지를 남겨놓았지만 그가 해결해온 에피소드 또한 함께 남겨졌다는 점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미스터리 수사물로써도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지만 캐릭터로 인한 다른 특성들 또한 즐길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다만 몇 몇 설정에서 무리하는 듯한 느낌도 있으니 누군가에게는 픽션이라는 특성이 강조되어 작품의 가치가 희석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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