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야 그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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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멈추는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2008)


감독 : 스콧 데릭슨
각본 : 데이비드 스카파


외계에서 온 생명체,
의도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 생명체에 위협을 가한다.
그리고 생명체가 타고왔던 인간형 물체는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외계의 공격에 속수무책인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이 영화의 플롯은 무척 단순하다. 포스터에서 드러나는 한 컷의 사진이 영화 전체를 대변할 수 있을 정도로. 뭐, 미지의 존재가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모습이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만큼 이 영화는 비주얼에 강하다. 외계의 존재, 그가 인간의 형태로 변모하는 모습, 공격이 진행되는 모습 등 흥미를 자극하는 화면이 상당히 많이 포진되어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요 맥락을 차지하는 그런 연출은 특별한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심플하면서도 볼거리는 풍성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특성은 나름대로 장점이기도 할 수 있는데 시야는 충분히 현혹시키면서 많지 않은 정보를 주어진 시간동안 충분히 전달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도는 높을 수 있으며 관객의 공감 또한 일정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작품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 구조를 만들어낸 사람의 작업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드라마에 대한 비중을 높게 생각하는 국내 관객에게 있어서 볼 때는 그럭저럭 봤을진 몰라도 막상 극장을 나서면 작품에 대한 평가는 달라 질 수 있다. 캐릭터의 특성과 목표가 뚜렷하고 그 과정 또한 걸맞게 진행되지만   사실 상 짧은 거리를 빙 돌아간 것 밖에 안되는 이야기가 극장을 나선 뒤에도 여운을 남길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국내에선 오~하면서 봤던 관객이 에이~하면서 나올 것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할 듯 하다.
뿐만 아니라 몇 몇 정보는 오해의 여지도 있다. 외계의 물체가 공격을 개시한 계기는 외계의 대사를 핍박한 이유인가? 아니면 애초에 인류가 지구상에서 저지른 일에 대한 댓가인가? 두 가지 사실을 떨어뜨려서 생각하면 안되겠지만 화면 상으로 보여지는 것은 본능적으로 방어태세를 구축한 인류에 대해 속 좁게 대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주인공인 키아누 리브스와 제니퍼 코넬리의 갈등요소로 등장하는 인류는 영화 속에서 악한 존재인 마냥 주인공들을 핍박하지만 사실 인류 자체는 무지함에서 오는 두려움의 표현이었을 뿐이었다.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긴 했는데 이게 뭔진 모르겠고, 모르다보니 무섭기도 하고 혹시나 해로운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 상황에서 인류에게 마냥 대화를 요구하고 지금까지 인류가 지구상에서 저지른 범죄행위? 들에 대해서 변명해보라고 하는 건 무리한 설정이라 보여진다.
물론 제니퍼 코넬리로 대표되는 모습도 분명 인간이 보여질 수 있는 모습이다. 호기심을 느끼고 모르지만 접근하려하고 알려고 하는 것 역시 인간의 모습이다. 그런 모습이 있었기에 지금껏 발전을 이룩 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인간 내재의 본능적인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만약 인간이 외계의 물체에 먼저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으니 반격한 것 아니냐? 라고 한다면 그 말 그대로 인간은 원래 판단받아야 할 잘못을 근거로 공격당한 것이 아니니 외계 대사의 존재가 무색하다 보여진다. 더불어 대화를 하려고 했으나 대화를 거부한 것은 인간 아니냐 라고 한다면 앞서 말했듯이 영화 속 현시점에선 인간이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 최소한 준비가 될만큼은 대화하려는 측에서 이해하려 해야 되는게 아닌가 싶다. 외계의 존재는 계속 인간을 지켜보고 알고 있었다면 인간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의 전개에 대해 당황하고 있으니 그 차이는 꽤나 크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상당 수의 인간의 불신보단 한 사람의 믿음에 설득당한 외계존재는 인류의 위기를 막아주었고 (뭐, 대화를 하기위해 찾아온 존재이고 아직 이렇다할 대화의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니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인간을 지켜보길 원했을 듯 하니 크게 부담스런 설정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영화는 그렇게 만족하라고 한다. 에필로그를 요구하는 국내 특성 상 완성도를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관객의 특성도 무시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좋은게 좋은거지 뭐.

생각해보면 영화의 모티브는 성서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의 시납시스와 별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는 롯의 이야기다.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신의 분노와 신의 사자로 찾아온 두 천사의 상황, 그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롯과 그의 딸들.
유사성을 찾을 수 있는 두 이야기 중 다른 점을 찾자면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을 당했다는 것이고 영화 속 인류는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인간의 손에 의해서 제작된 결과물이니 인간의 입장에서 희망을 제시하는 결말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싶다.
혹시 언제고 멸망을 제시하는 작품이 나온다면 외면 받을까 호응을 얻을까? 궁금하기도 하군.

여전히 인류는 지구상에서 주인을 자처하지만 주인 노릇을 제대로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미래만 관심있는 인간의 한계는 인류의 전체의 한계를 앞당기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인간의 가능성, 다양성을 기대해본다.
쓰레기같은 인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의 존재에게서 그 희망을 찾아본다.
외계의 존재든 신이든 그 점을 인지할 수 있다면.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사용되었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Earth Canada Productions 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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