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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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 1장 강림 (2008)

감독 : 츠츠미 유키히코
각본 : 후쿠다 야스시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걸출한 작가가 수년을 걸쳐 연재해왔던 만화를 영화화.
원작이 워낙 큰 인기를 얻어 영화로 만들어질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 결과는?
글쎄.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은 여러 유명 작품을 연출해온 베테랑이다. 영화보단 드라마 연출을 많이 해왔는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트릭', '케이조쿠', '사랑따윈 필요없어' 등 일본 드라마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익히 알만한 작품들을 많이 연출해왔다.
그런 그가 20세기 소년에 관심을 보였다.
24권으로 완결된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한정된 시간내에 보여줄 것인지가 제일 기대되는 가운데, 그는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영상화 시킬 것을 약속했다. 심지어 카메라 앵글조차 원작에서 보여준 컷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라 했었다.
여기서 약간의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원작이 영상물이 아닌 경우 그것을 스크린(혹은 브라운관)에 담아내는 것에는 원작과의 차별화가 필수라는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시간적, 공간적 한계가 있는 영화 속에 무궁한 이미지화가 가능한 텍스트를 담아내는 것은 무수한 가위질이 필요할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확실히 영화는 원작을 충실히 스크린 속에 복원해내었다. 몇 몇 중요한 장면에서는 원작을 펴놓고 촬영을 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사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개인적으론 영화적 가치가 오히려 하락하지 않았나 판단한다. 원작보다는 제한된 정보를 전한다는 입장에서 비슷한 구조를 보여주는 것은 원작에서의 느낌을 얻기엔 무리가 있고, 원작과는 다른 감상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굳이 비교하자면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역시 영화화되었는데 원작이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구조와 이야기를 통해서 영화적인 포인트를 잘 잡은 결과가 되었다보아진다.
주위 원작 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대보다 못했다라는 이야기도 들려오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편협한 판단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총 3장으로 기획된 이 작품은 1장을 통해서 기본적인 세계관을 전달하고 있다.
오쵸가 감옥에 갇힌 장면에서 시작하는 도입부를 통해 전체적으로 회고를 한다는 설정을 보여준다.
뭐, 원작 자체가 1969년과 1990년대 후반을 오가면서 잊혀진 기억을 들춰낸다는 독특한 설정을 보여줬는데, 영화 1장은 그런 컨셉을 아예 영화 전반에 적용시켜버렸다. 그렇다고 크게 차별화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흥미로운 도입을 위한 방안이었다고 생각된다. (영화 상영시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시간은 처음 5분간이다.) 더불어 원작과는 다르게 1장과 2장 사이의 시간적 갭을 무시할 수 없으니 적절히 이어줄 접점이 필요하기도 하다.
1장을 통해 등장인물 및 갈등의 주체가 되는 세력구도가 완성되고 이젠 만들어놓은 판에서 놀아보는 일만 남았다.

원작을 접한 관객이라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1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못났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개인적인 아쉬움을 토로하였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기대감 때문이리라. 국내에선 1장의 반응이 시원찮아서 2장의 반응 또한 불안하기만 하다. 배급 조차 안하면 어쩐다지? 이래저래 기대감, 불안감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벌써 넉달 전에 일본에선 2장이 개봉했지만 국내 개봉은 들리는 얘기가 없다.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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