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오타쿠의 어느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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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2007, 10화)

★★★★


감독 : 니시타니 히로시
각본 : 후쿠다 야스시


갈릴레오 제로 (2008)
★★★☆


감독 : 니시자카 미즈시로
각본 : 후쿠다 야스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캐릭터화 되었다.
물론 유카와 미나부라는 캐릭터가 그 독특함으로 독자적인 가치를 형성했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짐으로 더욱 캐릭터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유카와 교수가 깨달음을 얻을 때, 앵글을 회전시킴으로 얻어지는 장면은 마치 히어로 영화에서 슈퍼 파워를 발하는 모습과도 같다. 임팩트 있는 연출이 드라마 속에서 꽤나 매력있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런 장면은 원작이 아닌 드라마기 때문에 사용되어진 장면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극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을 화면으로 전환시킨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는 원작과 다른 구조를 가진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설프게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노력은 좀 어리석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원작에 비해 표현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시간이나 장소, 특수효과의 기술적 제한 등과 같은 문제로 원작 그대로를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굳이 원작을 재현한다는 목적을 둘 필요는 없는것이다. 매체가 다르고 주어진 환경이 다르니 표현되는 구조 또한 그에 알맞게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에 걸맞게 드라마 속에선 쿠사나기 형사 대신 우츠미 카오루라는 신참 여형사를 붙어줌으로 좀 더 다양한 해프닝을 일구어냈으며, 유카와 교수를 평범한 물리학교수에서 슈퍼파워를 보여주는 과학 오타쿠로 만들어서 캐릭터를 보다 강조했다. 덕분에 드라마는 좀 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게 되었다.

사실 과학이 범죄수사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학수사 드라마의 붐을 일으킨 정부 조직을 비롯해서 어느 수학자는 수사관인 형을 도와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따라서 물리학 교수가 범죄수사에 나선다는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소재인 것이다. 그냥 이번엔 물리학이냐~라고 여기면 그만일 뿐.
원작 소설이 인기를 끈 것은 캐릭터에 의존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소설로서 튼튼한 구조가 인기의 주된 요인. 그런 원작의 무수한 표현과 설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드라마로써는 캐릭터화가 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선택이었다 생각한다.

10화로 완결된 드라마는 그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이듬 해에 스페셜 버전으로 갈릴레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내놓았다. 더불어 제로라는 이름을 붙여서 갈릴레오가 탐정으로써 활약하게된 계기를 보여준다.
기계공학자까지 등장시켜 꾸며 놓은 본 사건도 흥미롭긴 하지만 유카와 교수와 쿠사나기 형사의 대학 시절 모습과 같은 드라마 본편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정보들을 제공함으로 세계관을 보충하였다.
더불어 '용의자 X의 헌신'이 제작되는 것이 결정되어 있는 시점에서 일종의 트레일러라고 보여질 만한 장면들을 집어넣은 것이 흥미롭기도 하다. 본 내용과는 별 연관이 없지만 유카와와 이시가미의 만남을 집어넣은 것, 그리고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첫 장면으로 사용되는 뉴스 장면을 집어넣은 것이다.
보면서 나름 감탄했다. 훗 이런 식으로도 홍보가 가능한 것이구나.

이제껏 수 많은 탐정들이 존재해왔지만 책 속에서만 존재하고 서서히 잊혀져온 것이 일반적이다. 그에 반해 영상매체를 통해서 다시 환생했던 인물들은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있다. 갈릴레오라는 인물이 책 속에서 나와 새로운 삶을 부여받게 된 것은 꽤나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원작에서보다 좀 더 개성적인 매력을 입혀서 활약하게된 이 인물은 차후에도 그 활약이 기대된다.
아직 2기 제작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영화가 나와버린 이상 뭐 또 한 동안 조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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