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새해 첫 잡담



- 2011년을 맞이하고서, 그것도 2주의 시간이 흐르고나서 처음 글을 올리는 것이 잡담이라니. 게으름을 탓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정초부터 나름 바쁜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변명을 해봅니다.


- 이번 주엔 정초부터 병원 신세를 지신 아버지께서 퇴원하셨습니다. 수술경과도 괜찮았고, 사실 중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큰 걱정을 하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가족이 입원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래저래 신경쓰일 일이 많고 손가는 일이 많더군요.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작은 할아버지께서도(친가) 입원하셔서 병문안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께선 현재 통원치료로 큰 염려는 없지만 할아버지께선 고령이시라 거동이 불편하실 정도여서 걱정이 되는군요. 올해의 걱정은 이 정도 선에서 그쳤으면 좋겠습니다만......


- 아버지께서 입원하셨던 병원은 제가 재작년 급성복막염으로 수술했던 병원과 동일한 병원입니다. 당시 관련 포스팅을 올렸으니 아실 분들은 아실 듯 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버지께서 입원하신 병실이 제가 입원했던 병실과 같은 층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낯이 익은 간호사들이 몇 분 계시더군요. 처음엔 아는 척을 할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1년 반이나 지나서 아는 체하는 것이 머쓱할 듯하여 그만두었습니다. 어떤 분은 수많은 환자를 돌보온 간호사가 일개 환자를 1년 반이나 지나서 기억이나 하겠는가?? 의문을 표하실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제가 입원해 있는 동안 간호사들을 얼마나 고생시켰는지.

그렇다고 제가 진상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고생시켰다는 얘기는 사실 제가 혈관을 찾기 힘든 체질이라 경력이 짧지않은 수간호사라 하더라도 진땀을 흘리게 만들거든요.(실제로 유명 대학병원 내에서 경험한 일입니다)  단순히 피하지방의 문제가 아니라(라고 변명을 합니다) 혈관이 얇고 가늘어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은 과체중이라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만 과체중이 아니었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하루 24시간 링겔을 꽂고 있는 것에 대해 저는 어떻게든 빼려하고 간호사는 다시 꽂을 때의 고생을 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꽂고 있게 만들려는 갈등이 이뤄져 티격태격하곤 했습니다. 왜 그렇게 링겔 맞는 것을 싫어했는지 최대한 빨리 링겔을 맞고 빼려고 스스로 약물 주입 속도 조절을 했다가 퉁퉁 부은 손을 찍은 사진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하핫. 어쨌든 병원 내에선 정맥주사를 놓는데 매우 까다로운 환자로 알려진 탓에 기억하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었습니다. 그리고(역시 개인적인 감이지만) 두어분 정도는 저를 알아보는 듯한 리액션을 보이시기도 했네요. 하지만 제가 입원했을 당시 찜해놓은 간호사가 안보여서 의욕을 상실했다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외에도 담당의 회진 시간에 깨우지 말라고 써붙이고 퍼자는 등의 기행을 보여서 상대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래도 간호사 분들과 농담도 하면서 관계회복에도 신경썼습니다.(하루 두 번 도는 회진시간을 위해서 담당의를 신경쓰는 불필요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심지어 수술하러 들어가서 수술 스탭에게도 농담을 던지는 무모함을 보여주기도 했으니 미운 털이 박히진 않았을 것이라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물론 열흘 간의 입원이 끝나고 퇴원할 때는 자주 뵙던 분들에 한 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오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흠~ 이렇게 되새겨보니 아는 체해도 괜찮을 듯 싶었네요. 후훗


- 제가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사실 제 몸 상태도 좋은 편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요) 가족이 아픈 경험을 겪으니 역시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을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이 올 한 해 아프시지 않고(가끔 몸살 감기는 괜찮습니다. 그냥 앓으세요) 건강한 한 해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제 건강도 빌어주세요. 요즘 위가  안좋아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