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감성다큐 미지수 - 10월 2일



추석도 지나고 감성다큐 미지수가 정규방송을 이어갔다.
9월11일에 방송하고 20여일만에 복귀라니. 덕분에 몇 주간 다른 채널을 열심히 찾아봤다.
그렇게 오랜만에 본 방송은 그닥 흥미를 끄는 소재는 없었다만(물론 개인적인 기준으로), 여전히 인상깊게 볼 수 있었다.


- 우리는 국가대표다. 여자 럭비 국가대표팀

여자럭비? 1박2일에 여고생 럭비팀이 나왔던 것을 인상깊게 보긴 했다만 여전히 생소하다. 나 역시 편견덩어리였나보다. 열심히 땀흘리는 그녀들도 그런 얘기를 했다. 이렇게 힘들고 거친 운동을 어떻게 여자가 하냐는 이야기를 으례 듣고 있단다. 처음 여자 럭비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 생각되었던 그 때가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국가대표란다.



하지만 그녀들의 실력은 우리가 영화 상에서 보던 모습이 아니었다. 비인기 종목이고, 선수들의 열정으로 높은 성적을 거두어 개선장군처럼 대중에게 나타나는 모습을 생각했던가? 전혀. 전혀 그렇지않다.
기존 선수층이 매우 얇았기에 테스트를 통해 인재를 발굴하여 가르치는 과정을 겪어야했고, 아예 럭비를 모르는 일반인조차 테스트에 응시할 수 있었기에 국가대표 선수의 맏언니는 전직 라디오 PD 였고, 막내는 여고2년생이다. 물론 럭비를 경험한 적은 없는 사람들이다. 물론 체대출신이나 대학에서 럭비를 경험한 선수들도 있지만 상당 수가 말 그대로 '초짜' 인 국가대표팀이다. 당연하게도 실력은 형편없다. 방송 중에 두 차례 연습경기를 치르는 모습이 보여졌는데 국가대표팀이 남자중학생 럭비팀에게도 졌다. 이런 드라마틱한 구성을 기대했건만 반전이라면 나름 반전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연습과 시합을 병행하는 가운데 부상을 안고 뛰고 있을 정도로 그녀들의 열의는 대단했다. 신체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은 모습이 보였다. 팀의 주장은 방송 중에 나온 연습시합때 손가락이 골절되어 붕대를 감고 있었다. 다른 국가대표팀과 겨루어 형편없이 깨지고 오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의에 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이 젊은 그녀들로 하여금 땀투성이에 상처투성이인 길을 가게 만들었을까. 시간이 짧아 개개인의 심화된 인터뷰나 일상 모습을 담아내진 못했지만 이후 인간극장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녀들의 상황이 대중들에게 전달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나보다 어린 그녀들이지만 훨씬 충만한 삶을 살고 있었다. 느끼는 바가 많았다.



- 인생이 허기질 땐 바다로 가라. 소설가 한창훈

소설가 한창훈은 현재 거문도에 지내면서 집필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이미 최근에 섬과 관련된 책을 출판한 듯했다. 유년기의 기억이든 뭐든 그는 도시 생활을 접고 거문도에 들어와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사람들과 만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다 필요없고, 개인적으로 그에 관한 이야기 중에 집중한 것은 딱 두 가지이다.
하나는 소설가로써 스스로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어줍잖게도 언젠가는 전업작가로 활동하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생활은 언제나 큰 흥미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뭐라도 건질게 있나해서......ㅋ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가 예전 섬의 어느 빈 집에서 2년간 기거하면서 책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가끔 현관 앞에 나와 벽에 기대어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복잡한 머리 속을 버려내곤 했다고 한다. 그런 모습에서 감성적으로 너무나 부러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이라는 도시는 시각적인 자극이 넘쳐난다. 위와 같은 감성을 공유할만한 공간이 매우 드문 것이다.(사실, 없다고 생각된다. 서울 어디서 수평선, 혹은 지평선을 발견할 수 있겠는가. 외부의 자극없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방 뿐일게다) 그래서 그가 누린 생활에 대한 동경이 생겨났다. 나도 그가 바라본 풍경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예전에 머물렀던 그 집을 고려하고 싶진않다. 당시에도 빈 집이었고 지금도 빈 집이라는 그 곳의 모습을 보니 귀신이 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풋



- 발레리노, 세상 가장 큰 무대에 서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발레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언뜻 상상이 가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유명 발레리노인 이원국이 이끄는 '이원국 발레단' 은 활동무대를 대학로 소극장으로 정하고 활동하고 있었다. 유명작품들을 소극장에 어울리게끔 각색하여 공연하고 있는 것이다. 난 발레에 대해서 까막눈과 다름없지만 왠지 상상 속의 그것들과는 좀 다른, 신선한 느낌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이 발레단의 특이점은 그것만이 아니다.
전직 축구선수, 발레를 하다가 금융회사 샐러리맨으로 전업, 그리고 다시 돌아온 사람, 고깃집을 운영하던 사람 등.......뒤늦게 발레를 접하거나 원래 발레를 했었으나 경제적 이유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들이 다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나이는 이미 전성기라는 말을 논하기 어려울 나이. 그런 이들이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기만을 꿈꾸며 산화하고 있었다. 그 쪽 업계는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겠으나 그들의 심정은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이도 비슷하고.
난 발레의 아름다움을 아직 깨닫지못한 문외한이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열정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역시 표현과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무언가에 열중하고 집중한 이들은 공통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아름답다. 나도 아름다워지고 싶을 뿐이다.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활용 되었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제작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