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뱀파이어 빌리지 Salem`s Lot - 1979년작과 2004년작


Salem`s lot (1979)

토비 후퍼
폴 모나쉬
데이빗 소울/제임스 메이슨/보니 베델리아[각주:1]


Salem`s lot (2004)

미카엘 살로몬
피터 필라디
롭 로우/안드레 브로어/도날드 서덜랜드


180여분의 미니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는 두 편의 드라마는 모두 스티븐 킹의 Salem`s lot (1975)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 작품이다.[각주:2] 즉, 원작 소설이 발표된 수 년후 토비 후퍼에 의해 1979년에 만들어진 드라마가 2004년에 리메이크 되었다는 것이다. 뱀파이어에 대한 고전적 이미지를 구현함과 동시에 한 마을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바로 이 작품이다.


작가 벤자민 미어스는 고향을 방문하게 되었다. Salem`s lot. 어렸을 때의 무서운 기억을 떠올리게하는 고향을 다시 찾게된 것은 그 기억과 마주하기 위해서였다. 그 기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스튼 저택에 대한 글을 쓰기위해 폐가나 다름없이 방치되어있던 그 집을 방문하게되나 이미 스트레이커라는 낯선 자에게 집은 팔린 후였다. 마을에 머물면서 집을 관찰하며 글을 쓰고있던 그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실종되면서 변화하는 마을을 보게되는데......



이야기를 즐기는 것에 있어서 시간은 큰 의미가 없으리라. 30여년의 시간이 고전으로 분류될 수 있는 근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전이라는 것이 고리타분한 것의 상징이 되는 것은 아니잖은가.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낯설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고전적 설정을 활용하고 있음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쌍수들어 환영했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뱀파이어들이 공포라는 장르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반응으로 기쁘기 그지없었다. 다양성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뱀파이어는 로맨스보단 공포의 중심에 있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1979년 작과 2004년 작을 놓고보면 단연 1979년 작에 시선이 쏠리게 되는데 이유인즉슨 감독의 이름에 토비 후퍼의 이름이 실려있기 때문이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으로 유명한 그는 공포영화 감독으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 드라마이긴 하지만 동일한 장르를 연출한 것에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미카엘 살로몬은 90년대에 촬영감독으로 경력을 쌓으면서 TV 드라마 연출에 잔뼈가 굵은 감독이다. 그가 연출한 작품에는 감탄사가 나올 법한 드라마도 있지만 아무래도 인지도면에선 토비 후퍼에 밀린다고 보아진다. 두 사람 모두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으로 누구의 연출이 뛰어나다 그렇지 못하다를 논할 문제는 아니지만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 감독의 이름을 통해 가치를 가늠하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기에 고려해본다. 아! 물론 토비 후퍼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만.


같은 원작을 두고있는 두 작품은 내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중심된 이야기는 동일하고 세부적인 설정에 있어서의 차이를 보일 뿐이다. 이를테면 캐릭터의 역할이 변화하였다던가(이야기 진행을 위해 필요한 역할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해당 캐릭터가 바뀌었을 뿐이다), 특정 상황에 대해서 간단한 멘트로 처리했는가 아니면 구체적인 비주얼로 표현했다던가 정도의 차이이지만 그런 차이를 통해서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는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2004년 작품이 1979년 작품에 비해 설정과 이야기의 변화에대한 디테일이 더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캐릭터 자체에 대한 무게감이 1979년 작에 비해 덜한 편이다. 반면에 1979년 작에서의 이야기는 좀 더 정형화되어 있고 단순화되어 있지만(앞서 언급했듯이 기본적인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디테일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캐릭터와 캐릭터간의 관계는 좀 더 충실하게 느껴진다.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당연하게도 초점의 차이는 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그나마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작품이 갈릴 수 있지만 그 외의 특성들은 20년이 넘는 시간의 간격을 극복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비주얼의 차이는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니,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것이지만, 현 시점에서의 관객이 보기엔 다소 어색할 수 있는 특수효과로 인해 정서적 몰입감을 방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려할 가치는 있다. 특히나 요즘의 '공포' 장르는 비주얼적인 특성에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그런 점에 익숙해진 관객은 별다른 감흥을 얻어내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화면을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종합적인 특성을 고려한다면 '공포' 장르에 어울릴법한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1979년 작이다. 지금은 익숙할대로 익숙해진 정석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그렇기에 기본에 충실하여 감성에 대한 호소력을 더 짙게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어떤 것이 더 낫다라고 말할 순 없다는 것인지?


두 작품 모두 원작에 근거한 캐릭터들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비록 원작을 아직 읽어보질 못해서 캐릭터의 역할에 관해 어느 쪽이 좀 더 원작에 근접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한 마을 내에서 다양한 캐릭터의 갈등과 관계에 대해서 표현해주고 있었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상대적인 의미에서 1979년 작이 캐릭터와 관련된 특성이 좀 더 명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2004년 작에선 캐릭터의 의미가 좀 더 이야기의 흐름을 위한 것이라는 느낌이 강한 편이다. 그리고 1979년 작에선 이야기의 흐름과는 별개로 개개인의 캐릭터를 더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었다. 사실 두 작품 모두 180여분 대의 플레이 타임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2004년 작이 20여분 가량의 1979년 작에서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와같은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역시 조금 다를 뿐이다. 시대의 차이, 연출의 차이, 배우의 차이로 인해 같은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즐길 수 있을 뿐이다. 각자 원하는 조건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다. 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약간은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두 편 모두 보는 것도 좋겠다. 공포장르를 싫어하는 사람도 큰 부담없이 즐길만하다. 변종 뱀파이어에 싫증난 사람이라면 이 두 작품 모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활용 되었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제작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
+ 2010년 8월 현재, 2004년 작은 OCN에서 방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본 것만 3차례 정도 되었는데 케이블 특성 상 몇 차례는 더 방영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 어느 땐가 2004년 작 DVD를 분실했다는 포스팅으로 인해 '뱀파이어 빌리지' 라는 키워드로 방문자가 조금 있었습니다. 의식하지 않으려 했으나 그냥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 salem 의 발음에 관하여 '살렘'이라고 발음하든, '세일럼'이라고 발음하든 상관없습니다. 작품 상에서 두 발음이 모두 사용됩니다. (1979년 작에서는 '세일럼' 으로 발음하지만 2004년 작에서는 '예루살렘' 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하면서 '살렘' 이라고 발음합니다.)
+ salem 은 실제 지역이름이기도 합니다.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있는 해안가 도시라고 합니다. 이 지역은 17세기 말 마녀사냥으로 유명하기도 한데요, 최근에 개봉했던 '마법사의 제자' 를 보시면 후반에 salem`s witch, 세일럼의 마녀가 잠시 등장합니다.
+ 포함된 이미지 가운데 중간의 붉으스름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모두 1979년 작에서의 장면입니다. 


  1. 다이하드 1,2편에서 브루스 윌리스의 부인으로 나왔던 그녀의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본문으로]
  2. 현재 황금가지에서 '스티븐 킹 걸작선'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어 있다. 상하권으로 이뤄져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