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저씨 - 보기보단 힘이 있는

아저씨 (2010)


이정범
이정범
원빈/ 김새론



익숙하고 낯익지만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단어가 눈에 띈다. 나이든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사용할 수 있지만 정작 가까움을 나타내진 못하는 그런 단어. 그런 익숙한 거리감은 단순히 캐릭터를 지칭하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 속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하다. 결코 가깝게 느끼고 싶지않은 그런 현실말이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잔혹할 수 밖에없고, 잔혹하기 때문에 마음을 흔들어놓는 그런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는 태식, 많은 것을 잃고 오늘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있는 대상은 어린 소미뿐이다. 그런 소미가 범죄에 연루된 엄마와 함께 납치되어 버렸다. 태식은 소미를 구하기 위해 나서게 되는데.....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기존의 어떤 영화가 떠오를지 모르겠다. 실제로 관객들은 몇 몇 영화들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다. 그만큼 전형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다소 단조롭고 선형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 하지만 익숙한 컨셉을 갖춘 이야기가 늘 그러하듯이, 이 영화 역시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통해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으니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니, 오히려 차별화된 특성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런 특성 중 하나는 액션이다.
이정범 감독이 인터뷰 중에 '직선적' 이라고 표현한 액션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간결하면서 힘있는 액션은 전직 특수요원이라는 설정과 잘 어울리고 있으며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극장 표 값이 아깝지 않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더불어 이러한 액션성은 태식이라는 캐릭터와 겹쳐지면서 '은둔한 고수' 의 이미지를 낳아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또 다른 형태의 카타르시스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액션 중심적인 특성을 보면서 문득 '솔트' 가 생각나기도 하였는데,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였고 유사한 컨셉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솔트' 리뷰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의도적으로 정서적 특성을 최소화한 '솔트' 와는 달리 정서적 특성을 적극 부각시키고 개연성과 동기를 충분히 입증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초반 소미와 태식의 관계를 입증하는 장면들 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밝혀지는 태식의 과거를 통해서도 정서적 입증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태식의 동기에 공감하느냐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은데,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어도 가슴으로는 쉽사리 공감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분명히 정서적 관계를 입증하는 장면들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던 것일까. 소미와 태식의 관계에 대해서 '나 역시' 라는 말을 이끌어내기에는 여러모로 불충분한 부분이 있었다고 보아진다.

다만, 태식의 또다른 동기라고 볼 수 있는 '잔혹한 현실' 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태식은 소미를 납치한 이들에게 '소미를 찾아도 너희들은 죽는다' 라는 경고를 남기는데, 태식의 행동이 소미를 구하려는 의도와 함께 징벌의 의미도 포함되는 것을 알 수있다. 마약밀매, 장기밀매, 인신매매 등 이 영화가 보여주는 범죄는 비교적 잔인하게 묘사되는데 이를통해 범죄의 심각성에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범죄의 대상을 어린아이들로 국한시킴으로 관객은 더욱 더 분노하게 되었다. 태식의 잔인하리만치 철저한 징벌에 소미와의 관계와는 상관없이 관객들은 동화되고 있었다. 픽션이라고하나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범죄사례는 픽션이 아니었다. 현실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며, 특히나 아동대상범죄는 최근들어 더욱 경각심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처럼 잔혹한 현실은 관객과 태식이 공유하고 있는 정서적 근거로 볼 수 있는 것으로, 캐릭터의 관계만으론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메워주고 있었다.


또 다른 특성은 캐릭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앞서 '솔트' 를 잠시 언급하였는데, 두 영화간의 유사한 특성 중 하나는 주인공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솔트' 가 안젤리나 졸리를 위한 영화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원빈을 위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태식이라는 주인공 캐릭터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앞서 언급한 액션과 정서적 공감의 특성은 모두 태식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원빈이 분한 태식은 남자가 보기에도 멋있어 보이는 캐릭터이다. 원래 원빈의 팬이라면 이 영화는 부족함없는 선물이다. 높은 수준의 액션을 소화하고 몰입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원빈의 모습을 통해 태식은 더없이 빛나 보일 것이다.
이에더해 조연 캐릭터의 뚜렷한 윤곽은 흥미를 더욱 자극한다. 설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관객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물론 그런 결과는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이리라. 익숙한 얼굴은 아니지만 역할에 충분히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어찌보면 여름시즌에 어울릴법한 액션영화일 뿐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관객들에게 돈이 아깝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그런 영화는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볼거리도 있고, 감정적 흔들림도 있었던 영화였다. 그리고 원빈이라는 배우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캐릭터의 특성 상 일관적인 모습이 주로 보여졌지만 마더에 이어 무게감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외모에의한 편견을 극복하기 힘든 배우였던 것만큼 마더와 이 영화는 원빈 자신에게 있어서도 나름 계기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본격적인 액션연기를 하기는 이 영화가 처음일텐데 향후 원빈표 액션영화의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을 것이다.
아. 난 원빈 팬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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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 이정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