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솔트 - 액션영화일 뿐이다


솔트 Salt (2010)


필립 노이스
커트 위머
안젤리나 졸리/리브 슈라이버



툼레이더 시리즈로 액션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 안젤리나 졸리는 이후로 심심치않게 액션영웅으로 등장해왔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가장 최적화시킨 결과라고 보여진다. 플롯은 최소한도로 단순화시켰고, 액션성은 그녀의 힘을 빌어 최대한 부각시켰다. 필립 노이스는 그의 전작들과는 달리 액션에 초점을 맞춘 연출을 보여주고, 커트 위머는 다채로운 플롯전개를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감독과 각본 모두가 자신들의 특성을 자제하고 안젤리나 졸리라는 특별한 액션배우가 돋보이도록 노력한 것이 되었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이다.


에블린 솔트는 CIA 요원이다. 그런 그녀가 러시아 첩보원에 의해서 이중 첩보원으로 지목당하게 되고, 동료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녀는 실종당한 남편을 찾고 자신을 둘러싼 상황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도망치게 되는데......



툼 레이더에서도 여배우로서 쉽지 않을 액션을 소화시켰던 안젤리나 졸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더욱 완성도 높은 액션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힘있는 액션 연출을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액션성을 기교에 실어 보여주는 경우가 흔한 반면에, 이 영화에서의 안젤리나 졸리는 그런 편견을 불식시키려는 듯이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액션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분한 솔트의 특기 가운데 백병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런 점을 뒷받침하는 설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액션성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혹은 유일한 장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볼거리를 지닌 영화들은 흔히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단점으로 갖곤한데 이 영화 역시 비슷한 문제를 제기받을 듯하다. 다만 기존의 엉망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다른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를 이룬 구조가 마치 체지방 제로에 가까울 듯한 깡마른 몸을 연상시킨다고 할까?
영화 초반부터 내내 의문이 들었다. 바로 주인공 솔트에 말과 행동에 대한 것인데, 개인적으로 공감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와함께 말과 행동의 개연성 또한 부정할 수 없었으니 모순상태에 빠져 내내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을 깡마른 몸에 비유하였는데 분명 각 정보의 개연성은 존재하나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정서적 역할을 수행하는 씬이 극히 짧고 적다는 것이다. 특히 솔트에게 있어서 정서적 변화는 동기를 입증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있기에 더욱 가치있는 것이었다. 그런 정서적 표현이 액션에 묻혀 상대적 빈곤을 경험하게 만든 점은 치명적이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구조라고 여겨지지만 개인적으로 호감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자세한 표현은 자제하지만 솔트가 실종된 남편과 재회하는 장면은 영화의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네이버를 통해 네티즌의 영화평을 보니 간혹 보이는 이야기 가운데 이 영화의 소재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특성은 개인의 취향에 의해 호불호가 갈릴뿐이지 단점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구 소련의 첩보원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까지(정확한 연도 표기는 없었지만 현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활동하고 있는 과거의 잔재를 통해서 시간의 경계가 흐려지게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과거로부터 소재를 끌어온 사실만으론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시대극을 즐기면서 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불평을 하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극을 즐기는 것과 이 영화의 차이점이 있다면 경계의 분명함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시대극을 즐기는 것은 시간과 현실이라는 조건의 분명한 경계가 드러나있고, 실존 소재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픽션으로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현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접 경험한 이념의 대립을 소재로 삼고 있고, 이제는 사라졌을 것으로 여겼던 잔재를 현재로 끌고와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특히 영화 초반 솔트가 북한군에게 잡혀 모진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휴전국가로써 불완전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단순 픽션으로 넘어갈 장면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들이 시대를 언급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뭐, 개인의 추정일 뿐이다. 난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역시 추정일 뿐이지만 정서적 특성을 최소화시킨 것은 이 영화의 이러한 특성으로인해 감정이입을 최대한 저해한 것은 아닐까? 그냥 볼거리로만 만족하라는 의도아래. 피식)


영화를 보기 전 친구에게 이야기는 별로라더라~는 정보를 제공하고 영화를 관람한 결과, 친구는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역시 액션 영화로써의 가치는 꽤 괜찮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는 안젤리나 졸리라는 걸출한 여배우의 액션을 즐기는 것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기대의 초점이 맞는다면 관람비용을 아까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 얘기한 것처럼 영화마다 제각기 다른 눈높이가 있다. 독선적인 관람자세는 행복한 관람을 위해 별로 도움이 되질 않는다. (기본적인 구조는 갖추고 있다. 이 영화의 가치여부는 자신의 몫이다)
아. 의도치 않은 관람으로 인해 뭔가 아쉬운 느낌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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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에 언급한 것처럼 '솔트' 는 의도치 않은 관람이었습니다. 최초의 계획은 지난 주말, '인셉션' 아이맥스를 보려는 것이었으나 예매가 원활치않아 아이맥스는 포기했었습니다. 대신 예매없이도 현장에서 얼마든지 티켓팅이 가능한 '랜드시네마' 심야를 관람하려 했으나 놀랍게도 '인셉션' 이 매진이었습니다. 인셉션의 놀라운 파워를 실감하면서 어쩔 수 없이 '솔트' 를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과는 나름 볼 만했다 정도였죠.
+ 제목의 '액션영화일 뿐이다' 는 양면적인 뜻이 있겠죠? 한 장르에 특화된 사실이 비난의 근거가 되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