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명탐정 코난 - 천공의 난파선, 무난하다.



명탐정 코난 - 천공의 난파선 名探偵コナン 天空の難破船 (2010)


야마모토 야스이치로
코우치 카즈나리



명탐정 코난의 14번째 극장판이 개봉했다. 명탐정 코난이라는 애니메이션이 탄생한이래 매년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내놓았지만 사실 국내에서 정식 절차를 밟아 공개된 것은 3년 밖에 되질 않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오랜 시간동안 인기를 얻어온 작품이어서 그런지 극장판의 개봉은 제법 좋은 결과를 낳았다. 관객의 호응을 얻은 결과는 작년에이어 일본개봉과 발맞춰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8년, 가장 호응이 좋았던 것으로 알려진 6번째 극장판을 6년이나 지난 시기에 개봉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보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평가이지만 사실, 극장판 자체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TV 시리즈로는 수용하기 힘든 스케일과 디테일, 그로부터 반영될 수 밖에 없는 플레이 타임을 고려하자면 극장판으로 밖에 존재할 수 없는 이야기를 보여준 것일 뿐이다. 완성도를 논하진 않겠다. 상대적으로 극장판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춘 작품이기에. 극장판으로써의 이야기를 즐긴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무난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존 팬이라면 이슈가 될만한 소재가 두 가지가 등장한다. 하나는 코난과 괴도 키드의 관계, 또 하나는 비밀이다. 원래 명탐정 코난과 괴도 키드의 이야기는 별개의 작품이다. 하지만 괴도 키드가 코난 작품에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코난 시리즈에 난입한 경험이 있는 키드는 코난과의 묘한 공통점을 보이면서 새로운 재미를 낳아왔었다. 그리고 이번 극장판에서는 그런 특성들이 좀 더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워낙 캐릭터의 성향이 명확하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의 관계에서 약간의 변화만 주어져도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이번 극장판의 시도는 꽤나 파격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명탐정 코난이라는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봐왔고 기존 관계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소소한 카타르시스를 느낄지도 모른다. 이번 이야기는 기존 팬이라면 이야기를 끌어가는 외부적 사건보다 캐릭터간의 관계 변화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아니? 이것은...!



작년에도 느꼈던 바이지만 명탐정 코난을 즐기는 연령대는 참 다양하다. 저연령대부터 성인층까지 참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흔히 성인들이 저연령대를 아우르는 영화를 볼 때 걱정하는 것은 관람 시의 분위기이다. 조용히 영화에 집중하고 싶지만 어린 관객들이 소란스럽게 떠드는 것을 우려하곤 한다. 나 역시 그런 걱정을 의식하고 있었지만 작년 명탐정 코난 13번째 극장판을 보고나서 그런 염려는 잊어버렸다. 최소한 명탐정 코난 극장판을 볼 때는 말이다. 작년에이어 내가 경험한 관람형태의 모습은 집중이었다. 그만큼 아이들은 스크린에 집중하고 있었다. 성인들 가운데서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비견될만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사람들을 피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까지) 조조를 선택한 의향을 무시한 것처럼 무수한 아이들과 함께 관람했지만 집중을 방해할만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수의 젊은 연령층을 무시한 내 나이가 더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실제로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관람을 온 어머니의 연령대가 내 또래로 보일 정도였으니. 많이봐야 몇 살 더 많았을까. 오히려 아이들이 자신들과 같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아저씨를 이상하게 보진 않았을지. 하하핫.



어쨌든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나름 동안이라고 생각하며(면도도 안하고 갔으면서!)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던 관람이었다. 다만 거의 유일하게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작년과 다르게 더빙판만을 개봉했다는 사실이었다. 작년에는 한국어 더빙판과 함께 자막판도 개봉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더빙판으로만 개봉했다. 주된 관객층이 저연령이라고만 단정한 것인지, 아니면 성인 관객층을 무시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더빙판을 감상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수입한 온미디어 측은 자사의 투니버스를 통해 방송되던 TV 시리즈와 연계를 이룰 수 있기를 희망했겠지만 개인적으론 번역된 이름과 대사 톤 때문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무시할 수 없었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는 성인 관객층도 꽤 두터운 편에 속하는데 사전에 성인들의 취향을 고려해 볼 생각은 없었던 것인지? 꼭 자막판으로 보리라 마음먹었던 것도 의도와는 상관없이 선택을 해야만 했다.


14번째 극장판이라는 존재감은 이미 세대를 뛰어넘은지 오래였다.
어렸을 때 TV 시리즈를 보고자란 이들도 지금은 성인의 위치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처럼 성인이 되어 명탐정 코난 시리즈를 접하고 그 햇 수만큼 즐겨오고 있는 사람도 있다. 내년에는 좀 더 폭넓은 관객을 수용할 준비가 되었으면 한다. 그나저나 재패니메이션 가운데 장기적으로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작품은 많이 있지만 코난의 만년 초등생 모습을 언제까지 봐야되는지 좀 궁금하긴하다. 지금쯤이면 중학생으로 진급시켜도 괜찮지 않겠나? 하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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