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마술은 속삭인다 - 익숙하지만 여전히 논란거리가 될 법한


마술은 속삭인다 (2006, 11993)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 김소연/ P.397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도 명성이 높은 미야베 미유키는 장르의 조합에 능하다.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삼긴하지만 결코 그것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다른 소재, 다른 특성,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이뤄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마치 잔잔한 연못에 조약돌을 던져 그 파문을 읽어내는 느낌이랄까.
이 책 역시 오늘 날 빈번히 일어나는 자살사건을 최면이라는 특이한 소재와 엮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돌출시켜내었다.

아버지는 실종되고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기에 마모루는 이모님 댁에 얹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택시기사인 이모부가 교통사고를 내게되었고 젊은 여성이 사망하였다. 사건에 대해서 과실이 운전자에게 있다고 알려지고 있었지만 마모루는 이모부의 결백을 믿었다. 그리고 집으로 걸려온 의문의 전화가 발단이 되어 사고를 조사하던 중에 죽은 젊은 여성과 관련이 있는 두 명의 젊은 여성이 얼마 전 자살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마모루는 꼬리를 물고 밝혀지는 여러 사건들을 쫓으면서 배후의 놀라운 사실에 접근하게 되는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문득 어떤 영화가 생각이 났다. 이 책과 같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로써 연상되는 영화였다. 그래서인지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후반부에 이르러서이지만 '최면' 이라는 단어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암시를 담은 문장 또한 눈에 띄이니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다뤄진 소재와 상관없이 전체를 아우르는 이 글의 테마는 이후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다뤄지곤 하던 것이어서 더욱 익숙한 느낌이 드는 글이었다.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의 연계성과 복잡다단한 그 관계는 현실 속에선 으례 당연하게 여길 수 있을 법한 것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글로 옮기게되면, 특히 소설로 옮기게되면 자칫 이야기의 흐름이 원할하지 않게되어 독자로 하여금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건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선 여러 사건을 비교적 단순하게 그려내면서 서로의 연관성을 무리없이 이뤄내었다. 이를테면 단순 교통사고로 보이는 사건이 자살사건과 어우러지고 그 결과는 또 다른 사회적 이슈와 연관된다. 그리고 이슈는 서로 다른 이야기와 연결되어 병렬적으로 진행되어진다. 이런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마모루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적 편견 아래 산다는 것을 이해하는 캐릭터로서 새롭게 연성된 이슈와 접점을 갖고 있다. 그렇게 접점을 이뤄내 하나의 완성된 구조를 지니게 된 이야기는 갈등의 주체가 외면에서 내면으로 이동하여 또 한 번의 변화를 갖는다. 이렇듯 각각의 독자적인 개념을 갖고 있는 사건, 사실들이 마치 퀼트처럼 엮여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었다. 언듯 복잡해보일지도 모르지만 마모루라는 주인공을 통해 독자의 시선을 이끌어주고 있으니 헤맬 염려는 안해도 좋다.


'복수' 라는 이름의 폭력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물론 법적으로 따지면 답은 단순해지지만 피해자의 한은 그런 법조차 불신하게 만드니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리고 나같은 일반인들은 이성으론 법이 지향하는 바를, 감성으로는 피해자의 슬픔에 동화되고 있으니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복수' 라는 코드를 통해 이야기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뿐만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형성하고 생각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으니 부족함이 없다. 다만, 여러 매체를 통해 익숙한 테마이기에 익숙함을 식상함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물론 과정이 그 대상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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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속삭인다 - 8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