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법사의 제자 - 재기발랄한 상상력!


마법사의 제자 The Sorcerer's Apprentice (2010)


존 터틀타웁
더그 미로/카로 버나드/맷 로페즈/로렌스 코너/마크 로젠덜/요한 볼프강 고에더
니콜라스 케이지/제이 바루첼/알프리드 몰리나/모니카 벨루치



'마법사의 제자' 가 개봉했다. 국내에서 '인셉션' 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가운데 동시 개봉이라는 다소 무리수를 둔 것이 내심 불안해보이지만 어쨌든 개봉했다. 잠깐의 1위보다는 2위의 안정감을 도모한 것인지? 아니면 충분히 부딫혀 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개인적인 취향 탓이겠지만 기대는 인셉션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대의 성향은 수 개월 전 '퍼시잭슨과 번개도둑' 을 기다리던 것과 동일한 것이기도 했다. 맞다.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특수효과 및 CG 를 즐기는 남자사람이다. 애초에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것에 대해서 기대가 높지 않았기에 관람 후의 만족감은 제법 괜찮은 편이었다. '마법사의 제자' 가 보여주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즐기는 것이 포인트다.


멀린의 제자 발타자는 오랜시간 마녀 모가나가 봉인된 그림홀드를 지키면서 멀린의 후계자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21세기에 첫 발을 내딛은 그 때, 우연히 어린 데이브를 만나게 되었다. 데이브가 멀린의 후계자임을 알아본 발타자는 그를 제자로 맞아들여 가르치려 하였으나 데이브의 실수로 봉인에서 풀려난 호르바스와 함께 10년 동안 중국 유물 항아리에 갖히게 되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후, 데이브는 물리학도가 되었다. 과거의 경험으로 정신병자 취급을 받은 아픔을 간직한채 공부에만 전념하던 데이브는 10년만에 풀려난 발타자와 재회하게 되고, 역시 함께 풀려난 호르바스가 모가나의 봉인을 풀려고 하는 시도를 함께 막으려 하는데......



본 영화 '마법사의 제자' 는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뒤가가 작곡한 교향시이자 월트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환타지아' 의 3번째 장을 구성하고 있는 에피소드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과거 뒤가가 괴테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확장하였고, 월트 디즈니는 뒤가의 음악을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한 것처럼 이 작품은 독립적인 서사를 갖춘 영화로 확장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마법사의 제자가 벌인 실수담일 뿐이었던 이야기를 멀린의 전설과 결합하여 또 다른 전설을 낳은 모습은 흥미롭다. 그것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전승되는 전설이 시간을 거치면서 또 다른 형태로 재구축 되어지는 특성을 영화로써 다시 재현한 듯하여 흥미를 자극한다.


그렇게 재탄생한 도시의 전설은 당연하게도 익숙한 테마를 내포하고 있다. 현실 속의 전설을 통해서도 지겨우리만큼 접할 수 있었던 선과 악의 대결구도, 드라마틱한 구도의 전개, 결국은 선이 승리한다는 일반적인 테마를 적용시키고 있다. 익숙하기 때문에 식상할지도 모르지만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 영화의 입장을 그대로 드러내는 편안함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흐름은 예상에서 한 치의 오차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관객의 기대는 이야기의 흐름에 있을 수 없었다. 오직 익숙함에서 오는 안정감을 기반으로 나름의 재미를 찾을 기회를 포착해야 했다.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상상력의 'Effect (효과)' 였다.[각주:1]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에 대한 접근방법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서사가 아닌 판타지 장르에 기초한 특수효과였다. 예전 '퍼시잭슨과 번개도둑' 에서의 상상력 부족한 특수효과에 만족할 수 없었기에 조심스러운 기대였지만 상대적인 만족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마법' 이라는 단어 자체가 특수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단어의 표현력은 상상력이 허용하는 한 무제한이 될 수 있었다. 건물의 구조물에 불과했던 철독수리(?)를 날게 만들고, 갖가지 사물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간결하지만 다채로운 활용능력을 표현하면서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게다가 기존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들을 위한 설정 및 아이템을 적극 활용하면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더불어 영화 초반 발타자가 데이브에게 마법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과학적인 시선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판타지 장르에서 마법과 과학의 연계성을 이처럼 구체적으로 드러낸 사례는 흔치 않기에 더욱 흥미로울수 있었다. 사실 특수효과에 대해 언급하면서 단순히 기술력을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으로 따지자면 이 영화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여준 영화들이 다수 있을 것이지만 그런 효과의 활용성을 고려할 때 이 영화의 가치가 더 빛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다수의 각본가들이 포진해있었던 것일테고. (물론 헐리웃에서 다수의 각본가들을 투입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 영화는 그 중에서도 유독 많은 편이다) 여러 명의 머리에서 나온 상상력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이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비록 비주얼에 국한 된 것이긴 하지만.



물론 이 영화가 명작이라고 불리울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단순하고 전형적인 이야기에 식상함을 느낄 관객들도 있을 것이고,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정보의 전달 방식도 단순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나레이션이나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해당될 수 있겠지. 더불어 주인공인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에선 감성적인 특성을 발견하기 어려워 다소 밋밋한 느낌도 느낄 수 있었다. 설정 상의 문제인지 의욕이 없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과거의 모습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오히려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 이들은 조연 뿐이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 영화를 보고 애들 영화다, 재미없다 라고 말해도 상관없지만 분명히 볼거리는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볼거리를 기대하고 극장을 향했으며 개인적으론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어느 영화든 그 가치와 방향성은 모두 다르다. 고정된 시선으로 다양한 영화를 봐봤자 만족스런 결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즐거운 영화감상을 위해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전제로 나름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필요치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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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의미전달에 있어서 효과라는 단어가 상상력을 보충하는 의미라기 보단 각자가 독립된 개념으로 결합한 것임을 보이기 위해 각 단어의 차별을 꾀했다. 그래서 굳이 영어단어로 표기한 것.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