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절규성 살인사건 - 그냥 단편 기획물


절규성 살인사건 絶叫城 殺人事件 (2009, 2001)


아리스가와 아리스
북홀릭/ 최고은/P.386



작가가 남긴 말에는 스스로 ' 무슨무슨 살인사건' 과 같은 형식의 제목을 꺼려한다고 쓰여져있다. 하지만 어떠한 계기로든 이렇게 떡하니 '절규성 살인사건' 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놓았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더 재미있다. 이 책은 장편이 아닌 6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단편집인데, 6편의 글들이 모두 이와같은 형식의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밝히듯 아예 작정하고 내놓은 물건임은 틀림없다. 하긴 단편집이라는 것이 대체적으로 특정 테마를 바탕으로 소집된 글들을 발표하기 때문에 이런 공통점을 지닌 것도 흥미롭긴 하다. 그리고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다.

흑조정 살인사건 黑鳥亭 殺人事件
호중암 살인사건 壺中庵 殺人事件
월궁전 살인사건 月宮殿 殺人事件
설화루 살인사건 雪華樓 殺人事件
홍우장 살인사건 紅雨莊 殺人事件
절규성 살인사건 絶叫城 殺人事件

이와같은 제목들로 이루어진 단편들은 ' - 살인사건' 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특정 장소가 언급되는 공통점 또한 지니고 있다. 형태와 의미가 좀 다르긴해도 분명 어떤 건물을 뜻하는 이름들이 지어져 있는데 이에대한 에피소드 역시 작가가 남긴 말에 언급되어 있으니 참조바란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참 친절한(?) 작가이기도 하다.


앞서 형태와 의미가 서로 다르다고 했는데 어떤 글에서는 건물이라는 단어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을 법한 밀실트릭을 선보이기도 하며, 어떤 글에서는 이름의 의미가 사건과의 연계성을 이루는 것도 있다. 그리고 책의 타이틀이기도 한 절규성의 경우는 실재하는 건물이 아닌 게임 속의 장소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어서 독특한 느낌을 주고도 있다.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서로 닮은 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각주:1] 각각의 이야기를 제목으로 엮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자연스런 흐름을 저해하는 느낌도 없지않아 있다.(보통 단편집이 내용 상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테마를 구축하는 것과는 다르게)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를 단편으로써 즐기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다. 게다가 전편모두 추리소설가 아리스가 등장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중심으로 글을 읽어나간다면 무난할 듯싶다.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정보들이 좀 더 담겨있는 것이 흥미롭긴하나 장편만큼의 만족감은 없었지 않았나하는 개인적인 느낌이 있다.



흑조정 살인사건
- 흑조정(黑鳥亭) 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에 어울릴법한 설정과 묘사는 괜찮았으나 두 주인공과 인연이 있는 새로운 캐릭터의 완성도가 아쉬웠다.


호중암 살인사건
- 전편 가운데 유일하게 밀실트릭이 사용된 이야기이나 개인적으로 트릭의 완전성이 의심되어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웠다.


월궁전 살인사건
- 건물의 기괴함만큼이나 좀 더 기괴한 전개를 기대했으나 작가는 내 기대를 배신하고 좀 더 가볍게 풀어갔다.


설화루 살인사건
- 사건 해결단계에 이르러서 좀 비약적인 설정이라 판단되는 부분이 아쉬웠다. 사건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만.


홍우장 살인사건
- 어디선가 봤음직한 느낌이 들었지만 절규성과 함께 가장 볼 만했던 이야기.


절규성 살인사건
- 본격 추리소설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나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책의 타이틀로 올려놓을만큼의 재미는 갖고 있다.


★★★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활용 되었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


  1. 사건이 모두 밤에 일어난다는 공통점을 얘기하곤 있지만 살인사건의 특성 상 상식선 아래에 있다고 생각된다. [본문으로]